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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보내는 마음.

이형영 | 2012.12.10 09:14 | 조회 6141


 

한해를 보내는 마음.


 2012년 12월입니다. 몇 날이 지나면,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옵니다. 이 해의 마지막 인가 싶으니, 웬 일인지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해집니다.

한해의 괴롭고, 슬프고, 가슴 아프고 원망스러웠던 일들, 그리고, 기쁘고, 즐겁고, 좋은 일들도 마무리 하는 시간과 함께 가고 있습니다. “2012년 한해” 라는 짧은 단어에 실려 보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한 달이 남아 있다는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을 보면서, 성실하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조금은 위안을 가져봅니다.

 우리는  2012년을  잘 마무리하여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2012년을 맞으며 행복과 편안 그리고 만사형통을 바라고, 희망찬 계획을 세웠고, 이를 위해 힘써 노력할 것도 다짐 했었습니다. 

어둡고 힘 벅찼던 2012년은, 어두움으로 모든 것을 덮으면서 서쪽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태양처럼 이 지구촌에서 가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마음의 흔적을 남기며 떠나고 있습니다. 시간 속에 녹아있는 숱한 우여곡절들이 안개처럼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해를 보내면서 유안진 시인의 “송년에 즈음하면”이라는 시를 한번 읽어 봅니다. 비록 시인의 내면에 가깝게 접근은 못 할지언정, 내 수준에서 이 글을 음미하면서 송년하는 마음을 가져보고 싶어집니다. 그 시(詩)는  다음과 같습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 도리 없이 인생이 느껴 질뿐입니다. / 지나온 일 년이 한 생애나 같아지고 / 울고 웃던 모두가 / 인생! 한 마디로 느낌표 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 눈 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 모퉁이길 막 돌멩이보다 /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담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 갑자기 철들어 버립니다. 일 년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 거름은 조심조심 / 저절로 철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은 인간들에게 2012년이라는 시간을 귀한 선물을 주셨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 같은 분량의 시간을 배당 받았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을 잘 관리하며 살도록 하셨습니다. 시간을 잘 조직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낭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주 168시간의 황금 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대개 잠자고, 휴식하는데 56시간을, 먹는 일 과 개인적인 일에 24시간을, 일하는데 약 50시간을 사용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한 주에 약 38시간 밖에 되지 않습니다. 1년에 사람이 자의로 사용 할 시간은 1976시간으로 대충 잡아 2천 시간 정도 입니다.

 우리는 2012년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 했습니까? 잘 관리 하였습니까? 지금은 물음에 정직하게 답을 해야 할 때입니다. 모두 다 바쁘게 살았습니다. 할 일이 많은데, 시간이 없다면서, 실제로는 많은 날을 허송한듯합니다. 이는 큰 손실입니다. 해야 할 일들은 “할 만한 시간이 없다”고, 그럴듯한 합리화를 하면서, 무익하며 허탄한 일 만 하였습니다. 귀한 선물인 나의 분깃인 시간을 허비하였는지, 다행히 선용하였는지를 되돌아봅니다. 

 인간의 삶은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적, 심리적 그리고 사회적 요인들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고 발달을 합니다. 발달 단계의 어느 시기마다, 독특한 심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삶의 주기는 보통 태아기, 유아기, 걸음마기, 초등 아동기, 학령기, 사춘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를 거쳐 죽음으로 생을 마감 합니다. 이러한 생을 다하지 못하고, 중간에 죽음으로 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람들은 가족과 친지 그리고 이웃들의 죽음을 보면서 인생이 어떤 것인지? 나는 어디에 와 있는지? 어떻게 살아 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기도 합니다.

 한해를 마무리 하는 것은 인생의 주기와 종말과 너무 닮았습니다. 년 말이 되면, 사람들은 생의 마지막을 더 생각합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하루 사망자가 대략 700명 정도라고 합니다. 한 해 동안에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 이웃들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남은 자에게 슬픔과 추억만 남기고 갔습니다. 한해를 죽지 않고 살아온 것도 행운일수 있습니다. 환자들의 죽음이 자주 일어나는 병원 중환자실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자의 죽음으로 자주 우울 해진다고 합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생의 초기에 상당기간동안 도움을 주는 사람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사는 존재입니다. 의존의 대상과 욕구충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의존과 관계되는 아픔들이 많습니다. 년 말이 되면 사람들은 잠시 억압되어 있던 의존의 욕구가 되살아나게 됩니다.

 인간의 내면에서는 의식되지 않는 수많은 욕구와 갈등으로 “마음 안에 작은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마음의 평화가 깨지고 불안이 생기고 이를 막아보려는 노력이 계속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미숙한 방어기제를 통해, 실제는 감추며, 포장된 편안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한 해 동안, 욕구와 좌절 그리고 약점을 감추며 살아온 “나”를 벗어나 “나” 대로 사는 것이 참으로 편합니다.

 영국의 시인이요, 비평가였던 T. S Eliot의 명언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은 미래의 시간 속에 나타나며, 미래의 시간은 과거의 시간 속에 포함 되어있다.”처럼 과거의 잘못이 미래를 망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정신의학에서는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 가능성과 한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자기를 성찰하는 사람은 인간은 무력하고 무능하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 의지하여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지나온 한해를 내가 힘껏 살아 보았지만, 결국은 부족함만 더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보호자인 하나님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웃들의 은혜와 도움에 감사하며 한해를 보내야 합니다. 우리의 소망이 다 이루지 못 하였어도, 지금까지 영혼과 육체가 건강하고, 가정이 화목하고, 이웃들과 잘 지내도록 도와주신 가족과 형제 그리고 동료들에게 감사하며,  2012년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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