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이 병들면 사람도 병든다.

대한민국에서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크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을까. 사람만 병에 걸리는 게 아니라 조직도 병에 걸린다. 선관위 사태를 통해 조직이 어떻게 병들고 개인이 어떻게 영향받는지 심리학적으로 살펴보자.
이번 사태를 부른 여러 원인 중 하나로 ‘무사안일’이 꼽힌다. 이는 책임을 회피하고 큰 문제만 터지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로, ‘현상 유지 편향’에서 비롯된다. 현재 상태를 바꾸는 것보다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심리다.

세 번째 리더십의 부재도 원인이다. 선관위원장은 비상임이라, 실무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형식적인 결재만 했다. 실무자는 집행자지만 최종 책임자가 아니다. 책임은 없고, 관리·감독도 받지 않는 몇 명의 실무자에 의해 움직인다. 리더의 명령은 없고 실무자 지침만 있는 조직이 되다 보니, 내부 규정이나 관행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책임을지고 조직을 바꿀 사람이 없는 것이다.
네 번째로 ‘제도적 무책임’을 꼽을 수 있다. 선관위는 제도가 책임을 지고 개인은 책임이 없는 상태로 운용됐다. 선관위원장은 20년 실무 관리자를 믿고 결재만 하는 ‘바지 사장’이니 책임을 묻기가 애매하다. 관리자는 명령권자가 아니니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한 책임질 자리가 아니다. 말단 직원은 시키는 대로, 관행대로 열심히 한 죄밖에 없다. 그러니 모두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집단 사고’를 꼽는다. 이번 사태를 보면 선관위는 ‘그동안 잘해 왔다. 우리는 문제없다’는 자기 합리화, 자기기만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폐쇄적 조직에서 나타나는 전형적 특성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예민감이 떨어진다. 관리·감독을 받지 않으니, 책임감도, 긴장감도 더 약하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조직이 병들면 개인도 병든다. 이런 조직에서 일하는 개인은 점점 ‘학습된 무기력’ 상태가 된다. ‘이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거야’ 하면서 침묵한다. ‘방관자 심리’가 되고 더 무사안일, 복지부동 상태가 된다. 원래 개인은 조직의 가치를 위해 하나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되면 개인은 자기 보호 본능이 발동돼 병든 조직에서 자기를 심리적으로 분리한다. ‘조직은 나랑 상관없다’ ‘나는 내 일만 하면 된다’는 마음이다. 그러면서 일의 의미나 가치를 잃어버리고 자기 안위만 지키려 한다. 선거철이지만 휴직자가 많았던 이유도 이런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조직을 살려야 개인도 산다. 선관위 조직에 해체 수준의 강력한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 | 성명 |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윤우상 |
| 약력 | -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졸업 및 의사면허 취득 - 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 -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 국립나주병원 정신과 재직 - 영광신하병원 정신과 과장 - 우리들신경정신과 원장 - 인광정신병원 근무 - 다사랑병원 원장 - 밝은마음병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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