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이겨 내는 한해

 

우울을 이겨 내는 한해

 

현대는 우울의 시대이다. 미국 시카고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지구의 “종말의 날 시계(Doomsday Clock)"는 밤 12시 자정에 맞추어져 있어 시계의 바늘이 여기에 다 달으면 ‘지구의 최후의 날’ 온다. 이 시계는 세계 환경에 대한 경고를 알리는 시계이다. 그런데 이 시계는 2010년 1월 14일을 기해 11시 54분에 멈추어 서 있다. 인류의 마지막이 언제 올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12시 5분 전이라는 표현은 적절하다. 그 만큼 세계의 사람의 우울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는 소통의 단절의 시대이며, 현대인은 외로운 삶을 살고 있다.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나 온 세계는 소통의 부재로 점점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부간, 가족 간, 스승과 제자 간, 사회구성원 간에 소통과 교류가 점 점 막혀가고 있다. 우리사회는 이기심과 자기도취와 자기주장이 난무하고, 좋은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자격 없는 자칭 스승과 의인들이 타인을 비난하고 정죄하므로 우울한 사람을 양산하고 있다.

우울은 외부 요인의 충격으로 오는 외인성 우울과 내적 요소로 오는 내인성 우울로 나누기도 한다. 후자는 외부의 영향보다는 체질적으로 결정된 반응이다.

우울의 원인적 요인을 대별하여 보면, 첫째는 상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이웃으로부터 거절, 희망의 상실이 있다. 둘째는 낮은 자신감(self-confidence)과 자존감(self-esteem)의 저하이다. 전자는 자신이 현재의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고, 후자는 내가 자아이상에 부합되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는 성공이다. 사람이 성공하면 책임감의 강화와 타인의 공격이 예상되어 우울이 올 수 있다.

우리나라가 자살율 1위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국제 협력 개발 기구(OECD)의 “건강 통계”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10만 명당 평균 12.2명인데, 우리나라는 29.1명으로 회원국 중 최고이다. 우울 장애는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자살기도자의 70%는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그 중 70%는 주요 우울장애 환자 인 것으로 추정하는 요인들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경기 침체, 청년 실업자 증가, 실업 대란, 주가 폭락, 출렁이는 환율 등으로 우울하였다. 한편으로는 폭력시위, 파업, 북한의 미사일과 핵 공격위협,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의 약화, 흑자 무역의 감소, 구조 조정으로 퇴출, 취업의 실패 등 여러 우울증의 요인 들이 나타났다. 특히 청년들 2030세대를 “결혼, 출산, 취업”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로 불러졌고, 더 나아가 일종의 절망의 단어인 “핼(hell) 조선” 즉 “망한 한국, 지옥 한국”이라는 조국을 비하하는 용어도 생겨났다. 1인당 국민 소득3만불을 앞둔 상황에 생긴, 이러한 우울한 단어의 탄생은 불행한 일이다.

2016년을 보아도 작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듯하다. 치료해야 할 우울할 일이 많이 예상 된다.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한해를 시작한다.

우울 이란 슬픈 감정의 정도가 심하고 오래 끌어, 그런 감정을 초래 할 만 한 여건을 넘어서 병적인 때 이를 우울이라 한다. 우울한 환자는 보통 슬픔에 보태어 비관함이 통례이다. 주요 우울장애는 가장 흔한 정신장애 중 하나이다. 서양에서는 여자의 경우 10-25%, 남자의 경우 5-10% 정도가 평생에 한번이상 주요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한국에서는 평생 유병율이 3-5%로 조사 되었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5-10%가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으며, 3-5%가 치료를 요하는 중증 주요 우울장애로 추정된다.

인지 치료의 창시자인 Aaron Beck 는 인간이 자신, 주변 세계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신하는, 부정적인 인자가 사람을 우울하게 한다고 하였다. 치료는 부정적인 인지에 대해 인식과 검사를 하여, 인식의 왜곡을 교정하고, 체계를 보다 융통성 있게 바꾸고, 새로운 인지와 행동반응을 연습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의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며, 있는 것을 가지고 희망과 긍정을 향해 나가야 한다. 내 안에 있는 우울한 성향( 부정적 인지)을 찾아 교정하고, 긍정적인 목표를 정하여 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문제의 본질과 사태의 진실을 알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미봉책만 내 놓는 경우가 있다. 상식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해결되지 못한 우 울이 더욱 깊어지면, 이 땅에는 자살이 증가하고, 무능한 자가 많아지며, 분노, 폭력, 비행 행동, 자포자기 행동 등 여러 가지 우울의 행태들이 나타 날 것이다. “누가 도와주고 채워 줄 거야.”라는 의존과 요구와 “참다 보면 잊어지고 지나가리라.”의 사고와 무책임함이 많아지면, 이 또한 위험스럽다.

우울증이 경하게 오면 흔히 간과하기 쉽다. 우울한 성격에서 좀 더 진행 된 것으로, 어디서부터 병이 시작 되었는지 분간이 어려울 때가 있다. 흔히 우울한 사람들은 함입 된 화를 조금씩 주위에 푼다. 이런 화풀이는 아내나 동료들에게 일을 어렵게 만들고, 교묘한 방법으로 괴롭힐 것이다. 결국, 언제가는 당한 사람이 불평을 하게 되면 자는 그것이 부당 한 것 이라고 주장 하고 더욱 더, 그들로부터 멀어진다.

우울증 환자들의 가장 심각한 정서적 요구는 사랑을 받고, 받아들여지고, 축에 끼는 의존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심한 의존은 영원히 채울 수 없다. 참된 행복은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소유함에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