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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우울증

이형영 | 2016.08.10 16:05 | 조회 7034



가면을 쓴 우울증

 

우울이란 슬픈 감정이 심하고, 슬픈 감정이 오래 지속되며, 이런 감정을 가져오는 여건을 넘으면 병적으로 여긴다. 대개 병적 우울은 슬픔과 동반하여 비관, 죄책감과 수치감이 동반한다.

우울증 환자의 증상은 무겁고 쳐진 느낌, 절망감, 자기비하, 의욕 감퇴, 무력감, 흥미와 재미의 상실 등을 가지며, 말수가 적어지고, 행동이 위축 되는 것이 일반이다. 그러나 우울증의 50%에서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 즉 두통, 피곤, 식욕상실, 변비, 수면 장애 즉 새벽에 일찍 깸, 월경불순, 성욕감퇴, 체중감소 등의 신체증상이 나타난다. 우울증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우울증의 원인은 무의식적인 죄책감이다.

우울증이 전형적인 증상의 형태에서 벗어나,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가면 우울증 masked depression”이라고 부른다. 이는 우울함에 대항하는 하나의 심리적 방어로 볼 수 있는데, 나이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는 경향이다. 청소년기에는 우울증이 반항적 행동, 청소년 비행, 약물 남용, 알코올 남용, 성적 문란으로 나타나고, 노년기에는 정신 신체장애 등의 신체 증상 호소로 우울이 표현된다.

여기서는 신체 증상으로 가면을 쓴 우울 장애를 살펴보겠다. 이런 환자들은 몸에 기운이 없고, 항상 피곤하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움직이려 해도 수월하지 않다. 때로는 몸이 굳어서 움직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또한, 자율신경계 증상이나 두통, 소화불량, 관절통 등 구체적인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런 환자들 중, 상당수는 기분은 우울하다고 느끼거나, 혹은 우울을 호소하지 않으면서 신체적 불쾌감에만 집착하기만 하는데, 이런 경우가가면 우울증 masked depression”이다.

이러한 환자들은 비정신과 병의원을 전전하며, 신체적 질병이 있음을 확인하고, 치료하고자 애를 쓴다. 최근에는 옛날보다 정신의학의 지식과 정신건강 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자기가 앓고 있는 질환을 우울증을 받아들이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을 극구 거부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우울증의 수면, 식욕과 성욕의 장애를 보면, 수면장애는 가장 흔한 증상의 하나이다. 잠들기 힘들고, 중간에 자주 깨고,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어, 다시 잠들기가 힘들어 한다. 이 중에서도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어, 다시 잠들기 힘들어 하는 것이, 우울증의 가장 대표적인 불면의 증상이다. 정신의학에서는노인이 되면 새벽잠이 없다.”고 하는 말이 노인 우울의 증상을 표현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불면증에 초조가 동반 되는 경우, 너무 괴로워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은 식욕이 감소되며, 식사량이 감소되고, 이에 따라 체중이 감소한다. 밥 냄새를 맡기도 싫거나, 음식을 씹는 것이 모래알 씹는 것 같다는 호소를 하기도 한다. 성욕도 감소한다. 성생활을 기피하게 되며, 여성들은 성교 통을 호소한다.

가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수면 과다와 식욕 증가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싶다거나 깨기가 싫다고 표현한다. 폭식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체중이 심하게 증가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비정형 우울증이라고 한다.

50대 중반, 큰 마트를 운영하는씨는 2년 전에 우연히 생긴요통으로 활동에 지장이 많고, 아픔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2년 동안 이를 치료하려고, 전국에 유명한 병원을 방문하였으나, 뚜렷한 신체질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신과에 의뢰되어, 가면우울증으로 진단되었고, 치료하여 호전 되었다.

40중반 나 여인은 주부이며, 기혼이다. 우울장애의 첫 발병은 6년 전이며, 최근 4개월 전에 악화되었다. 병원을 방문할 때의 주증상은 기분이 우울하고, 눈물이 많이 나고, 사는 것이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계속 될 것만 같다는 절망감, 죽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다. 사소한 일들이 걱정이 되고, 안정이 되지 않는다. 두통과 허리 아픔과 사지의 통증과 가슴이 쥐어짜듯이 아프고, 온몸이 쑤시는 것 같다. 식욕이 없고, 무월경, 성욕 감퇴와 모든 것이 제미가 없다는 증상들이 있었다. 3년 전에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나 여인은 평소에 예민하여, 젊은 시절부터 가끔씩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밝은 성격으로 일상 활동, 대인관계는 무리 없이 수행하였다. 나 여인은 2년 전 남편이 당뇨가 발병을 하였고, 조절이 되지 않으면서, 수차례 병원에 입 퇴원을 반복하게 되었다. 나 여인은 이에 놀라게 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생겼고 잠을 자려고 하면 이런 저런 걱정으로 인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여 이에 대하여 개인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나 여인의 큰아들은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 하였고, 많은 시간을 집에서는 게임만 하면서 시간을 지내곤 하였다. 나 여인은 자녀의 미래에 대하여 걱정이 되었고, 주변 사람들을 보기에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게만 생각이 들곤 하였다. 나 여인은 답답한 마음이 들었고, 가슴에 이유 없이 쥐어짜는 통증을 느꼈고, 막혀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였으며, 과거 수술하였던 허리에 통증이 심해지고, 팔다리가 쑤시기도 하였다. 나 여인은 이유 없이 아무 일도 하기도 싫고 누워 있고만 싶었고, 사는 것이 재미가 없게만 생각이 되었다. 이에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내과적인 질환에 대하여 심장 조영술, 내시경, 대장 내시경, 갑상선 검사 등을 받았으나 큰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증상은 계속 되었다. 나 씨는 살기가 싫어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가족들과 관련된 사소한 일들이 계속적으로 걱정이 되었으며, 자신의 증상이 계속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죽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들었다. 그러나 자살 시도는 하지 않았다. 내과 의사들과 가족들이 정신과의 적극적인 치료를 권하였으나, 환자는 불응하였다.

나 여인의 신체 증상은 신체 증상으로 가면을 쓴 우울 증상이다.

가면 우울증은 어떤 학자의 말눈물을 흘리지 못한 슬픔은 몸을 울게 한 다.”로 이해 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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