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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물건에만 집착한다.

이형영 | 2017.03.07 11:53 | 조회 4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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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물건에만 집착 한다.

 4살 영수는 어린이 집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아침에 어린이 집에 갈 때마다,  혹은 외출 시  어린 시절에 덮었던 해어진 아기 담요를 꼭 가지고 다니려 한다.  담요를  항상 몸에 두르고 다닌 것도 모자라  잘 때는 반드시 가슴에 안고 잔다.  외할머니 댁에 가서도  늘 덮던 담요와 베개를 찾는다.

영수에게 1살 위인 형이 있다.  형도 어릴 때  단순히 곰 인형을 안고 자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나 부모들은  영수의 이런 모습을 심각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아이가 늘 지니고 다니는 것이라,  모포를 수선도 해주고,  깨끗이 빨아 주려고 하면, 무섭게 울고  떼를 쓰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가 없다. 해어진 담요를 뺏어 보기도 하고, 매를 들기도 해 보았지만   집착은 줄어 지지 않는다.

아이들의 성장 발달의 아주 초기에는  어린이의 생존을 위하여  엄마에게 절대적 의존관계를 유지한다.  조금 성장을 하면 어머니라는 대상으로 떨어져 나오는 과정을 거친다.  아이의 성장에서 엄마와 떨어지는 과도기에 엄마 대신, 인형, 담요에 집착하는 현상을 보일 때가 있다.

 아이가 한 가지 물건에 집착을 보이는 것은 정상 발달과정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것을 애착의 이행현상이라고 하고, 그 대상을 이행 대상(transitional object)이라  말한다. 이는 어린 시절 아이가 부모와 분리되면서 보이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이행 대상의 경험을 통해 아이가 어머니가 부재 할지라도 편안하고, 달래주는 어머니에 대한 느낌을 지속 할 수 있다.

 아이 입장에는 어릴 때부터  덮어온 담요는 애착이 있기 때문에  단순한 물건이 아니고,  소중한 친구와 같다.  영수의 담요는 부모에 의지하듯, 애착이나 위안의 대상이다.

  정상적인 아이는 생후 7-10개월 - 만 3세에 부모에게서 심리적으로 독립하게 되는 데, 이 과정에서 엄마가 없을 때나,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대신하는 물건에 애착을 느낀다.  이시기 아이의 주된 관심은 어머니를 떠나, 주위에 장난감, 우유병, 물건 같은 무생물로 옮겨가서, 보고, 냄새를 맡고, 입술을 대어보고, 손으로 만져본다.  이것이 이행 대상이 되고  어머니의 존재를 나름대로 상징하는 물건이 된다.

 아이가 물건에 집착하는 이유는  소유욕구가 강해지면서 자기 물건을 구분한다. 이것은 인지 능력이 발달 한다는 증거이므로 막아야 할 것은 아니다.

 이밖에도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엄마와 애착이 불완전하거나, 부모의 행동을 따라 할 때도 나타난다. 부모가 자신도 모르게 아이 앞에서 특정한 사물에 강한 흥미를  보였다면, 아이 또한 그 사물에 무조건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에게도 기호가 있다. 어떤 사람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고, 어떤 사람은 음악에 관심이 많듯이 아이 또한 자기 기호대로  대상을 선택 할 수 있다.

아이가 애착을 보이는 대상물은 부모 마음대로 버리거나, 체벌을 하면, 오히려 집착이 강화 될 수 있다.  그래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자연스럽게 대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아이가 특정 물건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고 생각이 들면, 그 행동을 무조건  문제 삼기보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 만 보고 “ 너는 왜 매일 더러운 담요만 갖고 다니니? 하며, 꾸중과 벌을 주기보다는 ” 영수는 담요가 좋은 가 보다“  라고  아이의 기호를 인정 해주는 것이 좋다.  부모에게 인정받는 아이는 그때부터 점차 애착 대상에서 독립하려고 노력을 한다. 

 아이가 애착 하는 사물을 부모가 꼭 떼어 놓으려 한다면,  아이가 흥미를 보일만한 다른 물건이나, 활동을 제시해주면, 좀 더 편하게  해결 될 수 있다. 즉, 아이가 너무 철제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해 위험스럽다면, 목제 자동차 장난감으로 바꿔 주는 것도 좋다.

  혼자 노는 습관이 있는 아이의 경우, 사물 애착을 더 강하게 보일 수 있는 데, 이때 물건을 강제로 뺏으면 아이는 격한 감정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런 경우 물건을 뺏기 전에 아이가 또래 친구와 노는 재미를 경험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애착 물건에서 사람으로 옮겨 가게 해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충분한 스킨 싶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가 애착 행위를 보이는 것은  “자신을 좀 더 사랑 해주세요.” 하는 메시지 일 수 있다.  엄마가 자주 안아 주고, 뽀뽀 해주면서 “ 진짜 엄마의  존재를 촉감으로 느끼게 해주면   대체물을 덜 찾는다.  아이가 외출 시, 물건에  집착을 보이면, 불편이 덜 가는 작은 물건으로 대치 할 수도 있다.  만약 애착물이 주위 사람에게 불편을 주게 될 때는 차근차근 설명을 해줄 수도 있다.  그 물건의 사진이나 그림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허전한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다.  아이가 부모와 안정적 애착 관계를 형성하면, 행복 해진다  동시에 긍정적 생각과 생활 습관을 익힐 수 있다. 만약 애착을 박탈당하면 아이는 분노와 공격성이 커지며,  어려서 부모와 격리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우울과 불안이 커질 수 있다.(2017-3-7)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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