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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진실을 구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이형영 | 2015.06.08 11:03 | 조회 5631



상상과 진실을 구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사람들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의도적이든, 습관적이든, 혹은 선의의 뜻에든지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나는 일평생 거짓말을 한번도, 안 하였다고 큰 소리를 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이것도 거짓말이다. 우리는 어른들이 자기는 빈번히 거짓말을 하며 살면서, 아이의 한번 혹은 두 번의 거짓말 하는 것에는 심히 걱정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유치원생영수(6)”는 황당한 거짓말을 자주하여 부모와 어른들을 놀라게 한다. “달이 나를 따라 다닌다. 달이 내종이다. 나는 UFO와 그 안에 타고 온 우주인과 싸워 이겼다. 나는 마술을 부릴 수 있어, 너는 못 하지. 나는 지난 성탄절에 산타 할아버지에게서 큰 로봇을 선물로 받았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와 같이 아이들은 현실에서 일어 날수 없는 일을 진짜처럼 태연히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는 부모가 영수가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생각되어 기뻐하였다. 그런데 유치원에서는 달랐다. 영수가 황당한 이야기를 자주 하니까 친구들이뻥이다.”,“거짓말쟁이다.” 라고 놀리게 되었다.

영수의 거짓말은 의도적이든지, 습관적이지 않고, 상상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것은 유아의 발달 과정에서 흔히 하는 거짓말로, 치료 받을 필요가 없는 경우이다. 이는 남을 속여서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니고, 현실에서 일어나지도 않는 일을 상상하여서 이야기하는 인지발달의 한 현상이다.

요즈음의 아이들은 현장 체험학습과 지식 정보를 얻는 프로그램을 접하는 일이 많아서 상상을 사실처럼 믿고 이야기 하는 일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들이 친구들로부터 거짓말쟁이라는 놀림으로 상처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례는길수(7)”는 어느 날, 교실 안에서 화가 나서 장난감을 부셔가지고 일부를 바닥에 다 내려치고 있었다. 다른 방에 계신 담당 선생님이 창문을 통해 이를 목격 하였다.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은 길수가 마구 화를 냈다고 하였다. 그사이 길수는 교실 한편에서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선생님은 길수에게 왜 화를 내고, 장난감을 망가 드렸냐고 물어 보자, 길수는 자기는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며 강력하게 부인하였다.

선생님은 길수 곁에 앉아서 선생님이 옆방에서 창문을 통해 직접 보았으니, 거짓말은 소용이 없다고 타일렀다. 그런 다음장난감을 바닥에 내치는 것을 보니, 네가 단단히 화가 났었군.” 라고 말을 걸었다. 길수는 고개를 숙인상태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을 하였다.“동네 친구와 말다툼을 하였는데, 자기 잘못한 것이 없는데, 그 친구 엄마에게 많이 꾸중을 들었다.”고 말하였다. 선생님이 그래 길수가 많이 억울하고 화가 났겠구나.”라고 말 해주었다. 길수는 선생님이 이해 해 주는 것이 좋았다. 길수는 얼굴이 환하여 졌다.

또 하나의 사례이다. 오빠와 여동생이 서로 다투고 있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다가와서 곁에 앉는다. 오빠가 먼저 이야기를 한다. “자기가 붉은색 불럭으로 집 쌓기 놀이를 하고 있는데, 여동생이 와서 다짜고짜 불럭 한 개를 빼앗아 갔다.” 오빠는 여동생이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반면 여동생은 전혀 다르게 이야기 한다. 여동생은오빠에게 붉은색 불럭을 하나 가져도 되냐고 여러 번 물어봤다. 하지만 오빠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여동생은 화가 났고, 그래서 불럭하나를 그냥 가져 온 것이다.”라고 하였다.

두 아이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오빠는 놀이에 몰두 해 있었기 때문에 여동생은 묻는 소리를 듣지 못 했다. 여동생은 자기 말을 무시하는 오빠에게 화가 나서, 불럭을 가져 간 것이다.

위의 예는 똑같은 상황을 두 아이가 얼마나 서로 다르게 인식 할 수 있는지 분명이 보여 준다. 만약 여동생이 오빠가 놀이를 하는 동안 얼마나 그것에 몰두 하는지 알고 있었다면, 그래서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 할 수 있었다면, 아마 오빠를 살짝 건드려서 주위를 환기시켜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를 보면, 인간은 각자 서로 다른 진실을 가지고 사는 셈이다.

아마 일곱 살짜리 오빠는 세 살 배기 여동생이 머릿속에서엉뚱한 상상을 하면서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 할 수도 있다. 이때 두 어린이에게 모두 옳다고 설명 해주는 것이 좋다. 일곱 살짜리 오빠에게 어린 여동생이 사물을 전혀 다르게 이해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 해주어야 한다. 아마 부모의 머릿속에는 큰 아이가 동생 나이에 동생과 비슷하게 이야기하고 상상했던 일이 있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은너는 이제 다 컸잖아, 동생보다는 더 잘 알고, 이해 할 수 있어야지!”라고 질책 하듯이 말하지 말고, 마치 농담을 하듯, 재치 있는 말투로 들려준다면 큰아이의 긴장이 한결 풀릴 것이다. 한편으로는 큰아이가 어린 동생을 자상하게 이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큰아이가 요구하는 바도 부모가 잘 이해하고 있으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이 항상 나이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두 아이가 경험한 세계가 달라서 상호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일어 날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날 때도 우리는 양쪽의 입장을 이해해야하며, 둘 중 어는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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