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아이들
거짓말하는 아이들
우리나라에 전래되는 웃기는 말 중에 “3대 거짓말” 이라는 게 있다. 이는 노인들이 “어서 죽어 야지.”와 장사하는 사람들이 “밑지고 판다.”는 말과 노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것이다. 이 같이 악이 없는 거짓말은 우리들에게 자연스럽게 수용되었다. 때로는 장려되는 예의나 규범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특유한 화법을 이해 못할 경우 곤란을 겪기도 했다.
사람들은 거의 모두 거짓말을 한다.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할 때도 있고,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할 때도 있다.
거짓말은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 즉, 죽음에 대한 두려움, 심리적인 두려움, 벌을 받는 두려움. 또는 자신의 행동이 거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거짓말을 하게 한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간추려 보면, 첫째는 계속해서 사랑받고 인정받기위해서 또는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이런 아이의 마음속에는 “ 아빠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지 안하면 아빠는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 “다른 애들을 할 수 있는 것을 나만 못하면 다른 애들이 나를 바보라 할 거야.”라는 생각이 있다.
둘째는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비밀을 지키기 위해, 또는 사실대로 말하면 뭔가 나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사람이 입이 무거워 야지,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식이다. 셋째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넷째는 사실대로 말하면 벌을 받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다섯째는 아이들이 사실을 말 할 경우, 자신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바가 제대로 관철 될 수 없다고 생각 될 때 거짓말을 한다. 아이의 거짓말은 이유가 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숨겨진 동기가 무엇일까 찾아 봐야 한다.
종종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짓말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아이가 어른들을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거짓말 하는 아이가 처한 곤경은 무시해버린다. 아이는 거짓말로 어떤 출구를 찾고 있는데 말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마음의 평정을 깨뜨리는 내적, 외적 사건들이 발생하면, 위험으로 인식되고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때 자아가 불안을 처리하여 마음의 평정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으로 방어 기제가 동원 된다.
그 중 하나가 합리화(rationalization)가 있다. 이는 의식하지 못하는 거짓말과 연관이 있는 기전이다. 이는 인식하지 못하는 동기에서 나온 행동에 지적을 받으면, 그렇듯 하게 이치에 닿는 이유를 내세우는 방어 기전이다. 그 행동 속에 숨어있는 실제원인은 의식에서 용납 할 수 없는 내용이므로, 환자는 모르고 있으며, 그로서는 가장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한다. 이때 실제 내용을 지적당하면 화를 낸다. 이솝 우화 중에 여우와 신포도가 좋은 예이다. 그 행동의 설명이 허구라는 것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 의식적인 거짓말과는 구분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두려움을 느낄 때 거짓말을 하게 된다. 신체적 체벌이나 심리적 벌에 대한 두려움. 관계 단절에 대한 두려움,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인 내면의 균형을 유지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등이 거짓말을 하게 한다. 따라서 의도적인 거짓말은 자신을 지키는 하나의 전략인 셈이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시기는 언제인가? 인생에 아무런 두려움이 없이 거짓말을 하고 또한 그것이 무죄가 될 수 있는 시기가 있다. 바로 생후부터 만4세까지 이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세상은 온통 경이로 가득 차있고, 모든 것이 살아있고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이 시기는 어떤 사람은 “마법의 시기”라 부르며 이 시기의 특성은 초등학교 입학 하면서 끝난다. 따라서 만4-6세 사이의 기간을 과도기라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환상의 세계와 실제세계를 동일한 것으로 이해한다. 아이들에겐 아직 “진실”에 대한 개념이 없다. 아이는 장난감 인형이 살아 날 수 있고, 문제없이 보살핌이 필요 하는 아기로 둔갑 시킬 수 있다.
또한 이시기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자의식형성에 영향을 주는 때이다. 만능감을 갖고 있다는 느낌과 무한한 상상력은 아이를 내적으로 강하게 만든다. “달과 해가 나를 따라 다닌다.” 내가 원하는 것은 엄마가 다 해준다. “생각을 갖고 있다. 내가 원한대로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생각이 일종의 미신적 사고로 가기도 한다.
만4세경이 되면 아이는 실제와 허구를 구분하기 시작하지만 분명히 분리하기는 좀 시간이 걸린다. 이 과도기에 아이들은 두 가지 세상을 구별하기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산타크로스는 정말 있는지, 친구들의 말이 진실인지, 어른들에 질문을 한다. 어른들이 분명히 답해줘야 한다. 아이들이 혼란에서 벗어 날수 있도록 진심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만7세까지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는 느낌을 발달 시켜 나간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진실에 대한 개념은 개인에 따라 매우 다르게 각인 되어 있다는 것이다.
3-7세의 아이들은 실제와 환상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른들은 아이들의 허구적인 세계를 이야기 하는 것을 거짓말을 한다고 꾸짖지 말자. 아이의 미숙함이나 또는 규칙을 어기는 행동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잘 조절 될 것이다.
정신병 환자들은 거짓말을 못한다. 너무 정직하다. 그러나 사실을 왜곡하여 진실에서 빗나간다. 반면 거짓말이 많고, 뻔뻔 한자는 반사회적 인격자들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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