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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마” 범죄와 분노

이형영 | 2012.09.10 11:57 | 조회 6030



“묻지 마”범죄와 분노


 최근 성범죄와“묻지 마”범죄가 잇따라 일어나서 온 나라가 두려움에 쌓여 있다. 근래에 일어난“묻지 마 살인”범죄를 살펴보면, 8월 18일에 일용직, 노동자인 유모(39세)씨는 의정부역에서 행인 8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고, 19일에는 인천 부평에서 실업자인 김모(25)씨는 새벽에 귀가하던 여성들을 무차별 폭행을 하였고, 21일에는 수원에서 강모(39)씨가 술집 여인에게 휴기를 휘두른 후, 주택가에 난입하여 살인을 저질렀고, 같은 날 울산에서 은둔형 외톨이 성향이었던 이모(27)씨가 단골 슈퍼마켓 주인 김 모(53)씨의 배를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지난 22일 여의도 국회 근방에서 실직자인 김 모(30)씨는 전직 동료 등 행인 4명을 흉기로 상해하였다. 그는 직장에서 왕따로 퇴사 후 재취업이 안 되자, 예전 동료들을 모두 죽이려 하였다고 말한 사건이다.

선량한 시민들은 밤거리를 혼자 다니기를 꺼리고,“외출하기가 무섭다고”사람이 다가오면 겁을 먹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대검찰청의“2010년 범죄 분석”에 따르면 “우발적”,“현실 불만”등이 이유인“묻지 마 살인 사건”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 한다. 2005년 363건(전체 살인 사건의37%)에서 2008년 532건(53%), 2009년 656건(54%)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가 치열한 경쟁과 사회적 변화에 낙오된 사람이 증가 때문으로 추정한다. 이는 안타까운 일이며 걱정스럽다.

묻지 마”범죄는 공격적 행동이다. 폭행의 한 형태이다. 공격적 행동은 포유동물에서 자기와 종족의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전쟁, 살인, 암살, 강간, 자해, 자살, 범죄 같은 인간이 저지르는 폭행은 자연 상태의 동물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병적 공격성의 표현이다.

 폭행은 부모의 부재나 무관심, 혹은 부모의 증오심 때문에 자녀의 어린 시절에 정서적 박탈을 경험 한다. 이로서 초자아의 형성에 이상이 온자이던지, 부모와 학교 교육이 너무 잔인하여 증오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는 공격자와 동일시가 일어나, 성장 후 자신도 타인을 폭행하게 된다. 사랑을 구했으나 거절당한 어린이는 사회적 가치를 전면 부정하고, 보복하기 위해 폭행한다. 대량 살인의 경우는 좌절감이 심한 사람이 비정한 인간들에게 망상적 보복을 하여 소망 성취를 얻는다.

정신 질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폭행 범죄가 적다고 한다. 폭행은 인구 밀도가 높고, 덥거나, 소음이 심하면 증가 한다. 우울 할 때도 공격성이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묻지 마”범죄들의 공통점은“자포자기형 분노범죄”,“소외”라고 지적을 한다. 이들은 범인들은 실직하거나, 일용 노동자들로 사회 소외계층들이며, 경제 불황, 실직 등이 자기 책임이 아니고, 사회로 원망을 돌리고,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칼을 휘두른다. 이들은 누구라도 죽이고 싶었고, 분노를 참을 수 없다. 그들은 온 사회와 구성원을 향하여 칼부림과 난동을 부린다. 즉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분노는 인간들이 누구나 가끔 경험 하는 것이다. 이는 정확하게 정의하기가 어려운 감정 상태이다. 그것은 가볍게 약이 오르는 정도에서 격노에 이르는 다양한 정도로 나타난다. 또한 노출되든지, 감추어있던지 한다. 분노가 특히 공격적이며, 용서하지 못한 것으로, 복수의 형태로  지속되면 파괴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분노가 우리에게 불의를 시정하거나, 창조적으로 생각 하도록 자극하면 건설적일 수 있다.

 분노의 원인들은 첫째는 불의이다. 이는 가장 타당한 이유이다. 두 번째는 욕구의 좌절 시, 세 번째는 위협과 상처를 받았을 때, 네 번째는 학습된 반응이다.

 근래의“묻지 마”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대부분이 일자리가 없던지, 일자리로부터 멀어져 있는지 오래고, 가난하였고, 가족 해체에 시달리든지, 세상과 연결이 끊어져, 어울려 살기를 거부하는 사회적 외톨이인 것이 공통점이었다.

우리보다 먼저 사회적 외톨이 문제에 관심을 두었던 일본에서는 2008년 전후해서“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도리다(길거리 악마)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20대 비정규직 해고자가 도쿄의 아키아바라를 휘저으며, 무고한 행인 8명을 살해한 사건, 이바라키 현에서 범인이 시내버스에 들어가 통학생 11명에게 칼을 휘두르는 사건, 오사카 도심에서 30대 남성이 아무이유 없이 처음 마주친 행인 2명을 죽인 사건 등 일본은 10년 사이에 74건의 도리마 사건 즉 “묻지 마 범죄”가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처럼 분노를 범죄로 해소 하려는 사회적 외톨이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고통과 절망으로 떨어뜨린 사람에 대해 하루에도 여러 번 살인하고, 강간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일본에는 사회적 외톨이(히키코모리)가 70만 명으로 추정되고, 히키코모리로 발전할 가능성 있는 친화군은 155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에도 최소 20만 명 정도의 사회적 외톨이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정신의학전문가들은 “묻지 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많이 갖는 정신 질환으로 반사회적인격 장애, 편집형 정신분열병, 망상장애(피해망상), 우울증, 경계성인격 장애, 망상형 인격 장애를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Psychopath)에 가깝다고 본다. 이들의 범행은 성적 욕망, 공격성, 범법행위에 대한 통제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며, 양심의 가책이 결여된 것이 특징이다. 갈등과 어려움에 부딪치면, 반사회적으로 해결 하려고 하는 인격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남의 고통을 배려하지 않고, 죄의식 없이 반인륜적 행동을 한다. 불안한 정서와 함께 심한 충동성을 나타내며, 감정조절 능력이 부족하다. 이들은 유아기나, 소아기 받은 상처가 많고, 그 상처가 깊다.

이것 외에도 사회부적응과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피해망상과 현실과 망상을 혼동하여, 불안감과 흥분을 보이는 편집형 정신분열병과 망상 장애가 있다. 이는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전혀 근거 없는 망상에 자주 빠진다. 

인격 장애는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은 멀쩡한데 대인 관계와 사회생활은 어려움을 보인다. 인격 장애는 어린 시절에 부모와 어른으로 잘못된 양육과 교육을 받아 건강한 자아가 형성 되지 못한 경우에 생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들어와 다양한 가치추구와 좌절, 개인의 감각적, 충동적 욕구추구가 강하여지면서 이런 인격 장애가 두드러지고 있다.

인격 장애자들을 방치하면, 우울증, 약물 중독, 자살 기도, 범행 등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 할 가능성이 많아 조기 대책이 필요하겠다.

이 범죄는 정신-사회- 생물학적 접근이 필요 할 것이다. 범죄의 원인이 되는 분노를 일으키는 빈부격차 확대 등 사회의 양극화, 사회지도층의 비도덕성을 개선하고, 범죄자의 소외감과 열등감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고, 인간관계에서 적절한 소통방법을 길러야한다. 교육기관에서는 인성교육과 조기정신건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모든 인간은 장점과 단점을 갖는 존재임을 알고,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자존감과 자신감 그리고 독립심 길러 주어야한다. 

“묻지 마 범죄"의 본질을 평가하기위해 병적 분노의 형성에 관계되는 범죄자의 가족의 병리적 요소와 경험을 이해하여,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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