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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 우리에게 어떤 것인가

이형영 | 2013.02.07 16:43 | 조회 5394



"설"은 우리에게 어떤 것인가


 올해 설에도 어김없이 “민족 대이동이 시작 되었다” 다는 말을 듣는다. 명절을 맞아 고향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많다는 뜻이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설 연휴동안에 대략 3000만 명이 이동 할 것으로 추정을 한다. 이웃 나라인 중국은 우리의 음력 1월 1일인 춘절 기간에 34억 7천 만이 이동 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보도이다. 왜 사람들은 설에 고향을 찾아 부모 친척을 만나고 싶어 하는가?

 문화생활에 있어서 후손에게 계승하는 문화, 풍속, 제도들은 기본적인 유산이다. 그리고 풍속, 관습 같은 것도 오랜 시간동안 민족생활 속에 전승한 유산이어서 결코 경시 할 수 없는 문화제인 것이다. 이전 것들은 세대의 변천에 따라 신중한 재비판과 재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 시대적인 것과 본질적인 것이 구분되어 시대적인 것은 시대에 따라 변 할 것이나, 그 본질적인 것은 다음 시대에 그때 마다 재설명, 재 이해되어 유산으로 전해져야 한다.

 이런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역사적인 문화 민족의 기반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유유한 과거를 통하여 내려온 전례의 미풍양속이 있다. 그것들은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설을 알차게 보내려면, 전승의 뜻을 알아 마음 준비를 하여야겠다.

 먼저 우리는 설을 맞아 설의 뜻을 알고 지내자 해마다 설을 맞이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설”의 지정한 뜻을 모르고 지낸다. 최남선은 “설을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는 뜻으로 추정 하여 “설날을 조심하여 가만히 있는 날”로 보았다. 어떤 사람은 “몸을 사르다”의 사리를 설과 관련지었다.

한자어에서는 설날을 신중하게 하는 날이라는 뜻에서, 신일(愼日)로 부른다. 어떤 이는 신라의 수도 서라벌(徐羅伐 : 東京 또는 新都으 뜻)에서 추정하여 “설날”도 “새 날”로 풀기도 한다. 또한 나이 먹어감이 서럽다는 뜻으로. 그리고 사는 의미를 한해를 세운다로 관련지었다는 말도 있다. 또한 “설다” 는 가공 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설날을 낯설게 여겨지는 한해의 첫 날로 보기도 한다. 이 모든 뜻풀이들은 개연성을 지닌 체, 우리에게 설을 맞는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우리 모두가 올해의 설을 조심하며 진실 된 마음으로 새로움을 맞이하였으면 한다.

 두 번째는 설날은 가족들과 옛집에서 재회하는 명절이다. 사람들의 내면에는 양성(良性)의 퇴행과 유아기 시절의 어머니와 재결합 하고픈 소망을 갖고 있다. 명절은 먼 곳에 흩어져 살 던 자녀들이 옛집을 찾아 가족이 재결합하게 하고, 생존한 집안 어른을 뵐 뿐 아니라, 조상의 덕을 생각하며 마음속에 깊이 사모하는 마음으로 산소를 찾는 인정어린 미풍을 갖고 있다. 이것들은 안정된 농경시대의 가족제도에서 유래한 것이라 할지라도 고향을 찾고, 돌아가신 선조를 추모하고, 가족이 재결합한다는 본질적인 의미는 고귀하며, 붐비는 교통난을 극복 하면서도, 지켜 갈 전승의 아름다움이다.

가족들이 만나 희망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자식은 부모의 손을 잡고 혈육의 정을 나눈다. 우리 모두는 소중하다. 빈부귀천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병원, 요양시설에 계시는 분, 혹은 독거노인들은 설이 되면 더 외롭다. 이분들에게도 정을 나누면 좋겠다.

 세 번째는 부모의 자애, 자녀의 효도, 형제의 우애, 부부의 일체 애 등은 동양 전래의 가족윤리인 것이다. 명절은 전래하는 가족 윤리를 다시 세우고 복구하는 날이다.  근래에 근대화의 영향을 받아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그리고 향락주의가 고유의 아름다운 전통과 문화 그리고 가족윤리를 홍수처럼 휩쓸어 가는 현상도 있지만, 이는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애향심이란 것도 인간 생활에 안정을 주는 귀중한 요소이다. 우리는 자주 “실향민” 들의 눈물어린 외침을 보며, 그 분들과 같이 아픔을 나누며 산지 오래 되었다. 실향민들은 깊은 그리움, 슬픔, 허전함과 불안정속에서 살고 계신다. 우리 중에는 고향이 있으면서도, 실향민처럼 살아가고 있는 자들도 많다. 이번 명절에 각자의 고향을 찾아가보자. 그곳에서 마음의 안정을 충전 받고 일터로 돌아가자. 다만 애향심이 국가와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무시 하고, 일종의 지역이기심과 지방색 편중주의로 발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네 번째는 먹고, 놀며, 즐기는 명절이 되어야 한다. 또한 가족들을 축복하여야한다. 놀이는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매개체이다. 놀이는 인간의 자발성을 고취시키며, 현대인의 특성인 고독과 자폐적 경향을 완화시켜 줄 것이다. 설날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만족감과 긴장을 해소 해주는 기능이 있다.

우리나라의 정월 초하루의 막이 오르면 떡국에 만두 띠우고, 김을 올려, 조상께 감사하며, 설날놀이가 본격화되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통 되어 물결치고 꽃 피우는 설날풍경이다.

 200년 전 지어진 農家 月令歌의 正月令의 내용을 보면 

 正朝(설날)에 세배함은 돈후(敦厚)한 풍속이라/ 새 의복 걸쳐 입고 친척 인리隣里(이웃 마을) 서로 찾아/ 노소남녀 아동까지 삼삼오오 다닐 적에/ 와삭 버석 울긋불긋 물색(物色)이 변화 한다/ 사내 아이 연 띠우고 계집아이 널뛰기요/ 윷놀이 내기하기 소년들 놀이로다/  사당(祠堂)에 세알(歲謁, 새해 인사)하니 병탕(餠湯)과 주과(酒果)로다

 설날 아침에는 차례(茶禮)를 지낸다. 이는 한해의 첫 날에 조상추모의 조상의 덕을 생각 하며, 마음속에 깊이 사모하는 뜻을 담은 의식이다. 설날에는 떡국이 병탕이다. 선조들은 쌀가루의 떡인 흰 가래떡으로 만든 떡국을 먹어야 나이 먹는 것으로 보았다. 설에 쓰려고 마련하는 옷이나 신은 설빔이라 한다,

 설날 아침에 세 배를 드린다. 웃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새해 인사를 드린다. 그러고 나면 어른들의 자손이 잘되라는 덕담 (德談)을 듣는다. 그런 후 말문을 열어 “과세 안녕 하십니까” 혹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새해 인사를 한다.  여기에서 복은 五福을 뜻한다. 오복은 수(壽), 부(富), 강령(康寧), 귀(貴), 고종명(考終命) 혹은 자손 중다(子孫 衆多)를 두루 받으시라고 인사를 한다. 새해 인사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고, 부부간에도 자녀들 앞에서 서로 맞절로 “새해건강 하세요, 새해에 소원 성취 하세요”로 하여 가정의 귀중함을 나타내주는 날이다.

 현대는 가족이 붕괴되고 해체되어가고 많은 늙은 부모들은 외롭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이번 설에는 고향으로 가족이 모여들고, 서로 정을 나누며, 축복하며, 아버지, 어머니가 호사하시고, 자녀들은 즐겁고, 어른들에게 절하기를 좋아하는 설날이 되도록 해보자. 이러한  풍경이 우리가 천만년 지니고 살고픈 설에 대한 우리들의 소망이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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