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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분열병(조현병), 망상형이란?

이형영 | 2013.04.09 15:30 | 조회 12786


 

정신 분열병(조현병), 망상형이란?


 30세 중반의 회사원이며, 독신인 L씨는 귀에서 소리가 들리고, 죽을죄를 지었으니 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수사기관원이 따라 다니며 감시한다고 믿고, 잠을 못 자고 먹지도 못 하여 그의 아버지가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그는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그 곳에서 혼자 자취를 하며 지냈다. 입원하기 5개월 전, 직장에서 회식이 있어서 그 회식 자리에서 술에 만취 되어 모텔에서 자게 되어 그날 밤에 거기서 어떤 여인과 동침 하였다. 수일 후에 환자는 옆방에서 직장 동료가 자기가 오입 한 것을 말하며 사진까지 찍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현장이 들켰다고 믿고 이 소문이 직장과 서울 본사에 퍼지고 직장이 있는 지방에 꽉 퍼진 것으로 생각되었다. 용기를 내어 직장 동료에게 물어보았더니, 소문이 나지 않았다고 하였으나 그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평소에 신실한 종교를 믿는 신자이며, 도덕적인 사람으로 살기위해 힘쓰며, 자신을 늘 반성하며, 조심성 있게 살아 왔었다. 못 쓸 짓을 했다는 생각하고 죄악감에 사로 잡혀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신문을 읽는 승객들의 목소리가 자기에 관한 기사를 읽는 것 같이 느껴졌다. 라디오에 나오는 소리가 “더러운 사람” 하면서 자기에 관한 방송을 하는 것 같이 들렸다. 또 수사관원이 늘 감시 미행하며 사진을 찍으려고 해서 불안하여 잠을 못 잤다. 그 후에 제출한 사표가 반려되었으나 다시 사표를 내고 부모에게 사실을 고백하고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입원 한지 3일후에는 수사기관원의 미행은 잘못된 생각 인 것으로 느껴졌지만, 어머니와 누이동생들이 우는소리가 들렸다. L씨는 의사에게 왜 가족들이 우느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성격이 내성적이고 꼼꼼하고, 아이들에게 많은 잔소리와 간섭을 한분이었고 신실한 신앙인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는 외향적이고, 아버지의 간섭을 조정하는 편이이다. 집안은 도덕적으로 강하고, 특히 이성교제에 관하여는 너무 엄격하여, 2남 2녀인 4남매는 이성교제를 해본 일이 없으며, “일류대학”만 목표이고, 그것만 보람으로 여기는 가정이었다. L씨는 어려서 몸이 약했으나, 동생들이 거의 연년생으로 생겨, 좀 등한시 된 편이었다. 

 L씨의 평소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순하며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 착하고, 꼼꼼하고, 말이 없는 편이었다. 정직하고, 유머가 없고, 하는 일에 집착하고, 자주성이 없고, 오락이나 취미 생활이 없고, 매사를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애쓰고, 일이 안되면, 술로써 해결하려했다.

 L씨의 병은 동기기 뚜렷한 급성 망상형, 정신분열장애이다. 정신증상은 환자의 야심적이고, 강박적인 성격과 잘 어울리는 증상이었고, 좋은 예후를 보이는 사례이었다.

망상 형은 다른 정신 분열증처럼 연상과 감정 반응에 장애가 있으며, 한 가지 이상의 망상이나 환각에 지나치게 집착 하던지, 즉 피해망상 또는 과대망상이 있다. 그러나 혼란된 언어, 혼란된 또는 긴장된 행동 또는 단조롭거나, 부적절한 정동은 심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는 다른 유형들보다 원시적 수준으로 퇴행이 덜하고, 자아의 기능도 비교적 큰 침해를 받지 않고, 그 발병 시기도 늦어 대개 30-40대에서 시작을 한다.

 전형적인 망상형 환자의 병전성격은 의심이 많고, 사람을 적대시한다. 사람들과 잘 다투며, 윗사람들에게 반항하고, 독설적이다. 보통 때는 나서지 않고 사람을 막후에서 자기 뜻대로 조정하려 하고,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공격성을 보인다. 거만한 외톨박이로 세상을 저주한다.

 이는 용납 되지 않는 충동이나 경향이 억압되는 대신 투사되기 때문이다. 현실의 파악이 점점 희미해지고, 삐뚤어지기 시작하며, 망상적 생각이 점점 더 비논리적으로 된다.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이 과민해져서 공격할 수 있어 환자를 피한다. 억압된 공격성이 폭발하면 대단한 위협이 되고 말이 적을수록 그런 일들은 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정신의 분열이 진행되면, 관계 망상, 피해망상, 그 다음에는 이를 보상하려고 과대망상이 생긴다. 감정은 둔하여지고, 환각 특히 위협적인 내용의 환청이 생기고, 말하는 것은 처음에는 조직적인 내용을 주로 말하던 것이 차츰 그 조직이 풀리며, 무너지면서, 보다 더 논리가 없어지고 조리가 맞지 않게 된다.

 망상은 자기의 생각이 남에게 던져지는 투사 기제로 만들어진다. 정신적 건강을 누리던 사람일지라도 좌절이나 죄의식으로 일시적으로 투사의 기제를 써서 심각한 의심을 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망상 수준이 되려면 일시적이 아니고, 고질적인 경우이고, 좀 더 심한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이다.

 가령 심한 난청이 있는 사람은 남과 같이 어울리기가 힘들고, 점점 사람들을 피하게 되며, 남들을 따라서 웃지 못하니 남들이 웃을 때나, 소근 댈 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웃고 하지나 않나, 여기게 되며 더욱 더 민감해지고, 나아가 비판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불만에 가득 찬 태도로 남을 대하게 되며, 이렇게 이루어진 악순환은 오해나 곡해를 더욱 키워가게 될 것이다.

 우리들 중에는 “마음의 난청과 맹인”들이 있다. 특히 어떤 일들을 전체적으로 충분히 보고, 듣지 못하는 중등도의 청력과 시력장애자들이 그 일에 오해하여, 자기 판단이 옳다고  주장했던 것이 종국에는 잘못으로 밝혀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마치 우리의 시대는 망상을 닮은 사고가 판을 치는 심한 불신의 시대인 듯하다. 언제가 언론에서 보도가 거짓으로 밝혀진 후 앞으로 얻어진 정보들에 대해 “의심” 이 필요 하다는 글을 실었다.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심이 인간과 세상을 행복하게 한다고 주장 하며, 지금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심할 것을 권한다. 또한 유비무환의 마음으로 매사를 신중하게 한 번쯤 의심 하는 것은 지혜롭게 사는 방법으로 여긴다.

  그러나, 의심이 고질적이고 정도가 지나쳐 자신과 사회에 해가 되는 정신 분열병, 망상형의 삶은 치료의 대상이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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