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2
  • 3
  • 4
  • 5

원시적 언행을 보이는 와해형 정신분열병

이형영 | 2013.09.09 17:06 | 조회 10976



 

  원시적 언행을 보이는 와해형 정신분열병


 고등학교를 다니는 17세의 L양이 일주일 전부터 정신 이상이 생겼다고, 부모들이 정신과로 데리고 왔다.

L양은 일주일 전에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난 뒤 “나는 시험에 떨어 질 거야, 학교에 가야 하나, 대학에 가야 하나?”하면서 울부짖었다. 똑같은 말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면서 그녀는 밤을 새우다 시피 하였다. 그 다음 날은 크게 껄껄 대고 웃으며,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변소에도 안가며 옷에다 오줌을 쌌다.

변소에는 누가 지켜보고 있다고 하고 난데없이 남자소리가 들린다고 벌벌 떨기도 하였다. 금방 울다가 웃기도 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과격하고 지나치는 것 같았다.

환자는 비교적 순탄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두 살 위인 언니보다 예쁘게 생겼으며, 5남매의 막내라서 가족들의 귀여움을 받고 자랐으며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여, 성적은 늘 상위에 속하는 편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원래의 성격이 더 뚜렷해지는 것 같았는데 신경질이 늘고, 지나치게 양심적이며 지나치게 얌전을 피우고, 지나치게 성문제에 대하여 억압을 했다. 한번은 친구에게서 온 카카오 톡을 읽고 있는 데, 평소에 사이가 좋았던 언니가 연애편지인가 보다고 놀리는 말을 듣고는 대단히 흥분하여 스마트폰을 던지고 침을 뱉고, 더럽다고 소리를 지르고, 그를 미워하였다.

 입원 했을 때, L양의 정신 상태는 혼돈되었고 말하는 것이 뒤죽박죽이었고 행동은 난폭하고 예측 할 수 없었다. 간단한 계산은 곧 잘 하는듯하다가 금방 헛소리가 들리는 듯 귀를 기울이고, 그럴 때 무슨 소리가 들리느냐고 물으면, “네. 아뇨, 네 들려요, 네?” 라고 대답하고, 자기머리를 쪼게 보면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가, 울었다, 웃고 하였다. 흥분하여 소리를 지르고, 소란하게 행동하여 독방에 혼자 넣어두면, 벽과 문을 세게 두드리고 하였다. 음식을 먹지 않아, 강제로 튜브로 먹이기도 했다. 여러 차례 침대에 강박상태로 있기도 했다. 조용한 틈을 타서 말을 건너보면, 시험걱정을 하다가 곧 화제를 바꾸어 자기 몸에 백인의 피가 섞어 있다고 했고 또 자기는 아버지와 같이 자는 것이 소원 이라고도 했다. 환자는 입원 2달 동안 다량의 항 정신병약물과 물리치료를 받았으나 증세는 별로 차도가 없었다. 언제나 머리는 빗지 않고 옷도 지저분하여 목욕도 하지 않으므로 강제로 씻겨주어야 했다. 때로는 거울을 몇 시간이고 들여다보며 짙은 화장을 하기도 했다. 황홀한 표정으로 천장을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오줌과 대변을 방바닥에 칠하기도 하고 춤추고 노래하기도 했다. 남자환자의 성기를 만지기도 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를 받았으나 옮기기 전의 증상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환각과 망상도 여전했으며, 말하는 것은 더 알아듣기 어렵게 되었고, 행동 면에서도 계속 난폭하고, 소란했다. 발병한지 1년 후도 경과는 좋지 않았고 의사들은 향후 계속 안 좋을 것이고, 인격의 황폐화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L양의 진단은 정신분열병 와해형이다.

 정신분열병 와해형(disorganized type)은 과거에는 파과형(hebephrenic type)이라고 불렀다.

 이는 와해된 언어와 행동, 정동 불일치와 정동 둔마 등이 특징이지만 이 형의 환자는 활동적이지만 아무의미 없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사고는 아주 와해되어 있고, 현실검증 능력과 인지능력은 현저히 손상되어있다. 전반적으로 황폐화 되어있는 인상을 주며 부적절한 사회적 행동과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 심한 퇴행증상과 무질서하고 원시적인 언행을 특징으로 한다. 환청과 환시가 많으며, 그 내용은 대단히 상징적인 것들로 되어 있다. 이러한 환각은 생겼다, 없어졌다 하지만 일단 생기면 대단히 생생한 것이 상례이다. 이형의 망상 역시 괴이하여 Kraepelin은 특히 그 변하기 쉽고 괴상하고 환상적인 성질을 언급하면서 예증을 말하였는데, 즉 “뇌가 없어 졌다” “등이 두 동강 났다” 또는 “피를 다 뽑아 갔다” 등을 나타낸다 하였다. 또 영향망상과 관계망상도 많다.

 와해형의 가장 현저한 증상은 생각의 흐름에 앞뒤가 없이 무질서 한 것과 생생한 환각과  괴상망측한 행동이다. 외모도 특이하여 바보 같은 해사한 웃음이나 찌푸림, 몸짓을 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아 익숙한 눈에는 이런 상태에 있는 와해형 환자를 한 번만 보아도 곧 알 수 있을 정도다.

 이 와해형의 발병 시기는 사춘기, 즉 다른 정신 분열병의 유형보다 더 이른 나이에 발병한다. 성격의 황폐화가 급속히 그리고 심하게 온다. 근래 적극적이고 좀 발전적인 치료 방법으로 해서 많은 와해형의 심한 퇴행이 예방 되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가장 빠른 시일 안에 가장 심한 황폐가 오는 것은 와해 형이다. 묻는 말에 엉뚱한 웃음으로 반응하고 유쾌한 환청을 듣고, 말 비빔이나 음향 연상을 하고 새 말을 만들어 내는 등 보통 사람이 언뜻 보아도 “미친 짓”을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와해형이다.

  인간의 성격은 출생하면 영아기 부터 시작 하여 성인기까지 성장한다. 영아의 생활을 보면 주로 쾌락주의 원칙에 따른다. 그들의 의식과 생각은 순전히 주관적이다. 객관도 없고, 대상도 없다. 남과 나를 때어 놓고 볼 수 없다. 그들은 만능감에 사로 잡혀 있다. 사고는 비체계적이고 비논리적이다. 이는 마치 와해형의 특징과 유사하다. 사람은 심리적 위험, 즉 불안, 좌절과 공격심이 닥치면, 이를 조절하는 방어를 배워 사용하게 된다. 불안 시 이를 남에게 내 던지는 투사로 괴이한 망상과 환각을 만들든지 혹은 어린 시절로 후퇴하여 정신적 현실 도피 법을 쓰기도 한다. 이러한 퇴행이 심하면 유아기의 특징인 인생의 초기의 무질서하고 조직화가 되지 않은 원시적 모습이 증상이 되어 보여 질 것이다.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 중에 종종 자기나이에 맞는 모습이 아닌, 마치 간난아이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바로 와해형의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 나와 이웃들안에 있는 이러한 모습에서 벗어나 성숙한 사람들이 되기를 바란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23개(4/7페이지)
의학이야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63 정신분열병의 경과와 예후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9622 2014.02.07 16:23
62 새해의 각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197 2014.01.07 16:49
61 인생의 12월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091 2013.12.05 12:34
60 정신분열 정동장애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13107 2013.11.08 16:33
59 수능 수험생과 가족들은 불안하다 사진 이형영 8080 2013.10.14 16:07
>> 원시적 언행을 보이는 와해형 정신분열병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10977 2013.09.09 17:06
57 마음의 광복을 얻자.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4894 2013.08.09 15:18
56 삼복(三伏)더위와 정신 건강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432 2013.07.10 17:23
55 정신 분열병 긴장형이란 사진 이형영 8690 2013.06.07 11:47
54 아이들의 인성 교육은 부모 손에 달려 있다. 사진 이형영 5941 2013.05.08 14:36
53 정신 분열병(조현병), 망상형이란? 사진 이형영 12857 2013.04.09 15:30
52 어떤 유형의 정신 분열병(조현병)이 있는가? 사진 이형영 11327 2013.03.08 16:04
51 "설"은 우리에게 어떤 것인가 사진 이형영 5395 2013.02.07 16:43
50 새해는 당신의 것입니다. 사진 이형영 5408 2013.01.05 12:03
49 한해를 보내는 마음. 사진 이형영 6145 2012.12.10 09:14
48 “ 무서운 사람이 앞에 나타나요”를 호소하는 환자 사진 이형영 12004 2012.11.12 16:15
47 성폭행 피해자의 아픔 사진 이형영 8399 2012.10.12 09:48
46 “묻지 마” 범죄와 분노 사진 이형영 6029 2012.09.10 11:57
45 성폭력범은 모두 정신 이상자는 아니다. 사진 이형영 6568 2012.08.13 10:05
44 인구 5,000만 시대의 빛과 어두움 사진 이형영 5501 2012.07.10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