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2
  • 3
  • 4
  • 5

2010년을 치료자의 마음으로 보내자

이형영 | 2010.12.10 18:05 | 조회 5532



2010년을 치료자의 마음으로 보내자.

 

요즈음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2010년을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 듯 12월이 되었다. 마지막 달력 한 장이 남아 있다. 세월이 강물같이, 겨울의 햇빛처럼 빠르게 흘러간 것을 실감나게 한다.

우리에게 다양한 삶의 장면을 만들어주던 한해, 2010년과 헤어져, 그것을 보내주어야 한다. 시작으로 왔던 한 해를 끝으로 마쳐야한다. 성경에는 “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만물들은 모두가 “때”있다. 지진으로 산이 무너지고, 파괴된 건물들이 많은 사람을 삼키는 곳에도, 화산폭발로 용암과 화산 제가 온 산천과 삶의 터전을 죽음으로 덮는 곳에도, 천안 함 사건과 북한에 의해 자행된 연평도의 무차별 폭격 같은 수많은 테러와 전쟁이 살상과 파괴를 일으킨 곳에도,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려는 의료진의 응급처치가 펼쳐지는 진료 현장에도 “ 2010년의 때”는 그 곳에 있었다. 2010년이 이 모든 것들을 안고 가려고 한다. 얼마 있으면, 住而不來者年也(한번가면 다시 오지 않는 게 한해(年)이다)라는 옛말처럼 한해가 영원히 갈 것이다.

인류 역사를 보면, 주어진 시간 속에서 강대한 나라와 민족들이 생겨나고 “멸망”하였다. 로마제국과 폼페이가 그랬고, 앗수르와 바벨론이, 당나라와 명나라가 그 길을 갔다.

이러한 종말론적 원리는 나라와 민족에 만 적용 되는 것만 아니고, 인간의 생명과정에서도 적용된다. 가는 한해는 사람들에게 상실감과 허전함 그리고 우울감정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마냥 슬픔에 잠겨만 있어서는 안 된다. 2010년을 잘 보내고, 2011년을 준비하여야한다. 그것도 정신 치료적 마음으로, 감사와 반성의 마음으로 보내야한다.

정신치료란 전문 직업적 관계에서 적절히 수련 받은 치료자가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인 심리적 방법으로 환자가 자기를 이해하는 것을 도우며, 자기의 생각, 느낌과 언행을 교정하여, 마음 편안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인생에 적응하도록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심층 정신치료는, 먼저 환자의 감정 혹은 성격상 문제를 평가하고, 다음에는 병의 원인을 이해하여 고침으로, 성격개조를 이루는 과정을 거친다.

치료가 성공하면, 자기마음을 괴롭히며, 아프게 하든지 혹은 다른 사람과 사회에 해를 주는 심리적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여, 건강하고 성숙하고 독립 적이며, 만족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치료가 성공하려면, 환자는 자기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병식(病識)을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반성, 결단 그리고 고침은 정신 치료적 시도와 닮은 점이 많다. 반성은 자기의 지난 삶을 되돌아다보는 것이다. 나를 보내준 그 곳으로 자기 생각과 관심을 모의는 것이다. “내가 어디서 왔나” “내 생활은 의미가 있나” “나의 삶을 가치 있게 하려면” “나의 잘못과 부족은 무엇인가” “나는 뚜렷한 주체성을 갖고 있나 즉 내가 누군지를 아는 가”를 정직하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반성을 통해, 2010년의 삶 중에서 일어났던 시행착오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사람이 반성하고 자기의 잘못을 자각하고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면 강한 결단이 필요하다. 결단한대로 실천 하면 전에 자기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기적을 이룰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들은 역사를 만들었다.

사람이 근본적으로 변화 되려면, 외면적인 변화가 아니고, 속마음에서 변화가 이루어져야한다. 이는 자발적인 반성과 자각 그리고 결심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지, 피동적 자극과 말초적 감정반응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내적 혁명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외식 적이고, 일시적인 변화는 위험하다.

2010년의 끝자락에 우리나라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크고 적은 수많은 도발을 받아오면서도 응분의 대가를 주지 않고, 인내와 관용자세를 유지하여왔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의식하지 않고, 평화가 계속되는 것처럼 생각하며, 지내오다가 11월 23일에 평화롭던 연평도가 북한의 기습포격을 받았다. 마을이 폐허가 되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지금, 온 국민이 분노와 함께 당황함과 염려가운데 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이룩한 경제와 사회적 안녕도, 자유도, 나아가 생명유지도 어려울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다. 한마디로 위기상황이다.

그런데 이 위기에 사람들은 다양한 심리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병식이 없든지 잘못되어 있다. 희한하다. 어떤 사람은 나라를 지키는 일은 군인과 경찰 혹은 우방 국가들이 할 것이고, 정치가와 행정부의 몫이라는 회피와 책임 전가 전략을, 어떤 사람은 구경꾼이 되든지, 혹은 못 본 체하는 부정과 억제의 심리기제 사용과 자극 감소전략을, 또 어떤 이는 적절 하지도 못하는 대안으로 대리전략 혹은 재정의(再定義) 전략 등 다양한 반응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들은 효과적인 정신 치료적 방법이 아니다. 어떤 것은 정신 장애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대응 법이다. 부적절한 대응들은 정확히 문제를 모르든지, 혹은 알면서도 회피하고 덮어두려하며, 그리고 우유부단하여 딱 부러진 대처를 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는 안보의식과 국가의 정체성의 문제로 고통중이다.

지금의 국가적 위기와 문제를 잘 풀어야한다. 모든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합리화와 주지 화 전략으로, 자기의 자리에서 연대적 책임과 의무감을 갖고, 서로 분담하는 마음으로, 또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나라를 지켜나가야 한다.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물러서지 않고 맛서는 용기가가 필요하다. 강력한 힘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길임을 우리는 안다.

우리가 2010년을 잘 보내며, 나라와 사회의 공동체를 위해 살아가려면, 우리 모두가 정신 치료적 마음으로 의무와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23개(5/7페이지)
의학이야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3 “나를 죽이겠다는 소리가 들려요” 말하는 환자 사진 이형영 6549 2012.06.08 16:41
42 “東問 西答(동문서답)”하며, “횡설수설”하는 정신분열병 환자 사진 이형영 10183 2012.05.19 09:44
41 정신분혈병 환자의 망상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12206 2012.04.04 16:15
40 겨울철에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175 2012.02.09 18:16
39 반복강박증을 치료하는 새해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646 2012.01.03 18:15
38 망년회 보다는 송년회를 갖자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109 2011.12.06 18:15
37 단풍과 낙엽, 그리고 사람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739 2011.11.01 18:14
36 어른이 없어져 간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890 2011.09.10 18:13
35 여름철의 하의 실종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608 2011.08.08 18:12
34 이기심은 미숙한 심성이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753 2011.07.08 18:10
33 정신분열병의 시초는 어떤가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347 2011.06.09 18:09
32 가정환경의 심한 병리가 정신분열병을 만들 수 있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7438 2011.05.09 18:09
31 부모의 사랑 부족이 정신분열병을 만들 수 있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8091 2011.04.08 18:08
30 정신분열병의 발생에 신경전달물질이 중요한가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10180 2011.03.10 18:07
29 정신분열병은 유전병인가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557 2011.02.11 18:07
28 정신분열병은 어떤 병인가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360 2011.01.10 18:06
>> 2010년을 치료자의 마음으로 보내자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533 2010.12.10 18:05
26 무병장수 하고 싶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863 2010.10.13 18:05
25 치매를 자가진단 할 수 있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200 2010.10.12 18:01
24 고귀하고 아름다운 추석의 풍속과 전통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559 2010.09.10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