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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환경의 심한 병리가 정신분열병을 만들 수 있다

이형영 | 2011.05.09 18:09 | 조회 7389



가정환경의 심한 병리가 정신 분열병을 만들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가정이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가정문제 전문가 이며, 정신과 의사인 Ackerman은 오늘날 가정문제가 너무나 암담하기에 속수무책이라는 비관론을 펴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가정사정은 어떤가? 저 출산, 부부이혼, 해외입양, 자살 등에서 최고기록 보유국이 되었다(2008년). 이런 원인의 하나는 가정생활의 두 기둥인 부부사이의 갈등이다.

정신분열병의 원인에 관한 학설은 매우 다양하여, 유전적,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 문화적 및 인류학적 원인 등 여러 측면에서 연구되었으나 아직 뚜렷한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없는 실정이다.

정신분열병의 발병원인으로 가족이론에 대한 연구는 1950대부터 Lidz, Bateson, Bowen, Wynne등이 활발히 진행하여 왔다. 주로 정신 분열병 환자와 아버지, 어머니와의 상호관계, 의사소통의 문제점 및 가족전체의 역동이 병의 발병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가를 연구 조사한 결과 여러 가지 이론이 제시되었지만, 그 하나만으로 정신분열병의 발병을 설명할 수는 없다.

Bowen은 정신 분열병은 삼대(三代) 혹은 그 이상의 세대를 통하여 진행되는 병적 과정이고, 환자 가족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아버지와 어머니사이에 나타나는 현저한 정서적 거리감(emotional distance)이고, 이런 현상을 정서적 이혼 (emotional divorce)이라고 언급하였다. 부모 양쪽이 다 똑같이 미성숙한 것이다. 부모 모두가 미숙함과 부모의 역할을 지나치게 부정하고 있었다. 또 하나 다른 특징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모자관계는 가장 강하고 활발한 관계로, 긍정적이거나 또는 부정적인 사고, 즉 양가적 관계로 나타난다. 어머니의 두 가지 요구중 보다 강렬한 것은 환자가 무력한 채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정서적 요구이다. 이것이 심하면 공생적인 애착이 되어, 이를 해소 하지 못하면 병이 발현 한다는 것이다. 정신병은 무기력한 어린아이가 성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그 후에 무기력한 환자로 변하여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Wynne는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주체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진정한 상호 소통관계를 가져야한다고 하였다. 이를 상호소통(mutuality)라 칭하였다. 이러한 진정한 상호소통관계는 함께 참여하는 경험을 통하여, 서로서로의 잠재력과 능력을 더 많이 알게 되며, 또한 주체성에 대한 서로의 인식이 발전된다고 생각하였다. 장차 정신분열병이 될 사람의 가족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주체성을 인정하며,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 상대방에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각자 개인의 독립된 역할을 제한하려고 하여, 독립된 개체로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쐬기를 박기 때문에 정상적인 발전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Lidz와 그의 동료들은 정신분열병환자의 가족에 관한 연구의 초기(1949-57)에 50명의 젊은 정신분열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조사 하였는데, 그 중에 단 5명만이 그들이 18세까지 비교적 무난하고 건전하게 자랐고, 나머지 대부분은 가정의 파탄, 부모의 불안정, 이상한 육아법이 발견 되었다고 하였다. 그 후 Lidz는 14명의 젊은 정신분열병환자의 가족을 상세히 연구하여, 가정환경의 심한 병리를 정신분열병의 원인에서 빼 놓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또 8명의 가정에서는 “ 배우자가 서로 상대편을 미워하고 깎아 내리며, 자녀를 자기편으로 하려고하며, 늘 안정되어 있지 않는 것”이 많았다. 이를 결혼분파( 結婚 分派, marital schism)라고 불렀다. 다른 6명의 가정에서는 “배우자의 한쪽이 공격적이고, 우세하여 자기의 병리를 자학적인 다른 한쪽에 강요하며, 그쪽은 수동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를 “결혼왜곡( 結婚歪曲, marital skew)”이라 하였다. 또 한 환자의 아버지는 아주 수동적이고 존재가 없는 인물 (nonentity)로서 아들을 질투하거나, 딸을 자기 마음먹은 대로 만들려 하는 마음으로 부인의 어머니의 역할을 방해하며, 성적으로 갈등이 많은 사람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는 자녀들이 이런 가정에서 자라면서 병적이 되지 않는 것이 이상스러울 만큼, 환자들의 가정은 병리가 가득 차 있다고 묘사하였다. Lidz 연구도 한계는 있지만, 정신 분열병의 연구에 병의 원인에서 가정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킨 것은 큰 공헌이다.

실제로 가족에서 떼어 놓은 환자는 그 의미가 없어지며, 치료에서도 가족 구성인원들은 필수불가결의 사람들이다. 환자의 가족이 싫건 좋건, 병적이건 건강하건 사람은 거기서 나왔으며, 거기에서 견디지 못할 때, 병원에 입원하며, 결국에는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집과 그 안에 갖추어진 가구가 아니라, 집에 계시는 어머니의 미소이며,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족들에게 사랑을 주려고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오시는 아버지의 모습, 부모-자식 간의 애정의 속삭임과 이해의 만남, 사랑의 충만함, 비난과 주장 보다 용서와 관용이 가득한곳이라 말한 사람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사람의 인격 성장에 필수적인 가정의 요소일 것이다.

가정이란 아기의 울음소리와 어머니의 노래가 들리는 곳, 따뜻한 마음과 행복한 눈동자가 마주치는 곳, 서로의 성실함과 우정과 도움이 만나는 곳, 가정은 어린아이의 첫 교육장이며, 그 곳에서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사랑인지 배운다. 상처와 아픔은 가정에서 싸매지고, 슬픔은 나눠지고, 기쁨은 배가되며, 어버이가 존경받는 곳, 왕궁도 부럽지 않고, 돈도 그다지 위세를 못 부리는 그렇게 좋은 곳이 가정이다.

아이들이 집을 나설 때 한국의 부모들은 “얘야 누구에게 지면 안 돼” “열심히 공부해야한다.”고 말하고, 일본의 부모들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하며, 미국의 부모들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라.” 말한다고 한다. 교육과 양육은 지식의 전달이 아니고 어떻게 살 것 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가르치며, 사랑과 화평을 주는 도구이다.

우리의 가정이 행복하고 건강하려면 가족 간에 사랑과 격려 그리고 칭찬의 말이 필요하다. 가족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태도에 모두가 힘이 난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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