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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병의 시초는 어떤가

이형영 | 2011.06.09 18:09 | 조회 6325



정신분열병의 시초(始初)는 어떤가?

 

대부분의 정신분열병은 소년기가 끝날 때부터 후기 중년기까지에서 발병하지만, 가장 많이 발병된 시기는 사춘기와 초기 성년기이다. 발병이 사춘기에 많이 보이나, 정신분열병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시기에 정상 청소년들은 정서적 혼란과 새로운 적응 문제들 때문에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은 외로움과 약간의 우울의 경향도 보인다. 그래서 간혹 정상 청소년과 정신분열병으로 진행하는 사람과의 구별이 어려울 때도 있다.

정신분열병의 발병의 양상은 모든 유형에서는 몇 달 또는 몇 년을 두고 서서히 발달해 가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환자가족들은 환자의 병 초기의 성격상의 변화를 잘 알아 체지 못한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긴장형 정신분열병은 병이 갑자기 시작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발병이 급성으로 진행 되거나. 어떤 유발 인자에 의해 갑자기 일어 날수 있다.

환자가족들은 대게 환자를 어떤 시점, 가령 집안사람의 죽음이라든가, 학교에서 낙제를 할 때까지는 “아주 정상” 이었다고 말한다. 어떤 환자들은 원래의 성격이 “내성적이고, 수줍어하고, 좀 이상한 편” 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발병했다고 말하는 가족을 자주 만난다. 그러나 상세히 병력 조사를 하여 보면, 서서히 병전 성격의 변화가 진행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정신분열병의 초기증상이 불안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이 아무리 애를 써도 학업활동이 잘 안되고, 성적이 잘 나오지 않고, 사고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점차 여가 활동도 포기하고, 사고과정에 장애가 생긴다. 더 심해지면 주위가 산만해지고, 충동적이 되며, 다른 사람과 접촉을 줄여간다. 처음에는 집안사람들이나 학교 친구들과 점점 사이가 어려워지고, 사이가 벌어져가다가, 나중에는 직장의 동료나, 반 동무들까지 확대되어 멀어지고 어색해진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행동장애가 보이기 전에 “자신이 분해 될 것” 같다는 공포와 심한 불안을 경험하기도 한다. 점차 긴장과 혼동 그리고 주의 산만함을 보이고, 대화가 막히거나 혹은 깨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멍하거나, 무관심이 심해지고, 빛이나 소리에 예민해진다. 많은 경우에 자신의 신체에 관심을 보이고, 자신의 신체상(Body image)에 장애를 일으킨다. 즉 자신의 신체의 모양이나 크기가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어떤 사람은 “걸을 때 손이 너무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손을 몸에 꽉 붙이고 다니기도 한다. 자기의 배에서 들려오는 정상적인 장운동 같은 사소한 소리와 방귀에 예민해지든지 혹은 근육통에 지나치게 집착을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거절한다는 느낌, 자신감의 상실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접촉을 피하여 움 추려들며, 대인 관계를 피하여 점점 고립 되어간다.

주위 사람들은 환자가 게을러졌고, 무관심해지고, 자율성, 소망, 경쟁심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 사람들과 접촉이 드물어 가며, 남들과 멀어져 간다. 그 결과 남들은 환자를 이상하게 보게 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환자는 더 멀어져, 소외감을 더 키우게 되고, 남을 의심하게 된다. 초기의 환자들은 종교, 신비, 기적 또는 별의미가 없는 추상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개념에 집착 할 수 있다.

정신분열병은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마른 사람이나, 살찐 사람이나, 바보나, 똑똑한 사람이나, 미운 사람이나, 예쁜 사람이나, 과거나 지금이나, 어떤 사람에서나 볼 수 있다.

환자의 전체적 외모나 행태가 진단과 병의 경과를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병이 오래 될수록 환자의 옷 입음새가 단정하지 못하고, 수염도 깍지 않고 비위생적이며, 더럽게 하고 다닌다.

특별한 병전 성격이 서서히 정신분열병으로 진행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Bleuler가 말한 “정신분열성 성격(schizoid personality)"이 정신분열병으로 많이 발전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 성격의 특성은 내성적이고, 무기력하고, 수줍고, 혼자만 있으려하고, 이기적이고, 의심이 많고, 짜증을 잘 내며, 잘 앓고 있으며, 말없이 배타적이고 비사교적이며, 독불 장군 형이고, 민감하고 외골수 적이고, 책 벌FP 형이고, 그리고 반대로 어리고 덜된 바보형의 요소들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이 과민 해지고 의심이 점점 더 늘어 나중에는 남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알게 되고, 신문기사와 TV의 이야기가 자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특수 기관원이 자기를 감시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또 어떤 환자는 남과 떨어져 혼자만의 세계에서 공상에 젖어 살든가, 남 보기에 멍청하니 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 외톨박이의 마음속을 상세히 알아보면, 외로움과 실망과 두려움과 미워함이 가득한 경우가 많고, 또 장래의 계획이 없든가, 막연하며 비현실적이다.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 당했다고 여기며, 열등감에 사로잡혀 대인관계를 피하게 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소외감이 심해져 더 자기만의 세계로 도피하게 되는 데, 이 악순환은 대인관계를 점점 더 고통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환자는 더욱더 남들과 떨어지게 된다. 적어도 정신 분열병 환자의 반 정도에서 이런 정신분열성 성격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정신분열성 성격의 소유자들은 발병 전까지는 착실하고, 얌전하고, 부모님 지시에도 잘 순종하고, 공부도 잘하는 학생인 경우가 많다.

어떤 환자들에서는 사회적인 면에서의 철퇴가 그렇게 현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들의 목적, 미래에 대한 결정, 중요 관심사의 파악 등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자신들의 삶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겉으로는 의욕적이고 활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도 자폐적 사고내용이 극화되어 나타나는 극히 일방적인 행동의 표현이다.

정신분열병의 초기증상은 보통 서서히 성격이 변해가며, 대인관계와 사회성에서 장애가 생기며, 점점 회피하고 철퇴한다. 정신분열병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치료가 가장 바람직하다. 우리는 이웃, 특히 정신분열병의 호발연령에 해당되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미리 챙겨, 취약성을 고쳐주어야 한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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