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의 하의 실종
여름철의 하의 실종
여름은 옷을 벗는 계절이다. 여름철이 되니까 아랫도리를 입었는지, 안 입은 건지 모를 정도로 짧은 반바지를 입거나, 짧은 원피스를 입은 “하의 실종” 패션이 거리를 휩쓸고 있다. 요즈음 스포츠 신문과 이에 준한 매개체에 “하의 실종”이라는 말이 자주 기사화 되고 있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가수들, 드라마 시사회, 영화와 가요등과 관련된 시상식에 참석하는 일부연예인들에서 짧은 미니스커트, 핫팬츠로 아찔한 패션을 연출한다. 하의 실종의 패션은 연예인의 패션으로 시작하여, 점점 스포츠 스타로, 야구장 혹은 농구장 치어 리더 등으로, 이제는 일반 신세대 젊은이들로 퍼져나가 자리를 잡았다. 의상의 노출이 심해지므로 “하의 실종” 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하의실종은 하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짧은 치마나 핫팬츠를 입은 여성들의 의상을 빗대는 신조어이다. 하반신 노출이 심하다보니 마치 하의를 입지 않아 그것이 실종 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하의와 실종의 합성어이다. 처음에는 “하의리스”라는 단어로 통하다가 이제는 하의 실종으로 자리 잡았다.
하의 실종은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가요계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소녀그룹들의 댄스음악과 독특한 의상이 대중적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아이돌 그룹들이 많이 등장하고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다 보니 의상에서도 일종의 노출경쟁이 벌어 졌고, 그 과정에서 하의 실종의 말이 만들어 졌다.
애초에는 이 말은 과도한 노출 경쟁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 분야에서 성공하고 승리를 위해 스스로 성적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행태에 대한 경고하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매도 자꾸 맞다보면 습관이 되고 관성까지 생기는 법이어서 이제는 은근히 장려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과거에는 과도한 노출을 하는 일부 여성 연예인들을 보면 낯이 뜨거워져서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비판 했다면, 요즈음에는 “누가 더 노출을 더 많이 하나”라고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이다.
우리의 여성들은 차츰 자기네들의 옷을 벗기 시작 하였다. 긴 치마가 반치마가 되더니, 점점 무릎위로 기어 올라가고 있다. 이것들이 남성들의 눈길을 강요하고 있다. 상의도 소매가 반소매가 되더니 아주 소매를 없애 버리기까지 한 것은 약과요, 이제는 가슴까지 드러내려하고 있다. 여자들의 미니스커트나 비키니의 매력은 아슬 아슬 한데에 있다. 일부러 짧게 스릴을 느끼게 입고서는 그것을 자꾸 손으로 끌어내리고 끌어 올려서 동석한자들의 눈길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올여름 모 큰 해수욕장에서 경험한 일을 다음같이 기록한 글을 본 일이 있다. “해변을 거니는데 갑자기 여자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비명 소리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완전 알몸으로 착각할 패션의 남자를 보았다. 그는 엉덩이에 흰 선을 그어 놓은 듯 티 팬티를 입었고, 그것도 모잘 라 그 팬티를 엉덩이 반쯤 내려 입고 있었다.” 그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몸 그 자체이었다. 마치 외국에는 나체 해변도 있는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하는 태도처럼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1998년 6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님이 백악관에서 하의 실종을 몸소 선 보였다. 그것도 클린턴대통령 앞에서 행하였다. 의도적이었는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지만, 그를 하의 패션의 종결자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
원래의 한국미의 진수는 숨기고 감추고 덮어두는 데에 있었다. 우리의 여자들은 치마저고리로 온 몸을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양반 아낙네들은 오뉴월 더위에도 버선까지 신고 다녔다. 남자들은 치마저고리로 뒤덮인 그 육체미를 꿰 뚫어보아야 했다. 대단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미덕이라는 것은 남의 과실을 덮어 주고, 못 본 체하는데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은 보고, 본 것은 못 본체하는 것이 대장부들의 미덕이었다. 우리 군자들의 고유의 안목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무디어지고 있다. 아니 확 변하여 버렸다.
“하의 실종자”중에는 무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는 극히 적지 않을까. 한번 짧은 옷을 입고 싶고, 딸이나 이웃에게 권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불경기에 빠지면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말이 있는데, 경기가 나빠서 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신 질환 중에 노출증이라는 병이 있다. 이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성정체성장애(sexual and gender identity disorders)의 한 형태이다.
노출증은 여러 차례 무방비 상태의 낯선 사람에게 성기를 노출하거나, 그 환상을 품음으로써 강렬한 성적 자극 을 받는 경우로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노출증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견해는 첫째, 노출증은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의 정신적 외상들과 내적 고민의 소통기능을 한다. 둘째, 거세공포에 대한 방어기제로 작동하며 남성적 능력을 복 돋는 기능을 한다. 셋째, 위험하거나 거세적위험이 있다고 생각 되는 여성과의 성교로 부터 환자를 방어한다. 넷째, 동성애에 빠지지 않도록 방어한다. 다섯째, 여성에 대한 가학증 특히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게 한다. 여섯째, 나르시즘적 자기과시기능을 한다. 일곱째, 벌 받고 저하는 피 가학증적 욕구를 충족한다고 이해한다.
대부분의 하의 실종이 병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의 실종의 현상도 인간의 속마음의 표현으로 본다면, 노출증의 정신의학적 견해가 하의실종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의실종 패션 자들은 자신의 신체 심상에 자신이 넘치며, 자기도취적 자기과시의 행위이며, 혹은 자기를 괴롭히려는 욕구의 표현 일수 있다. 일부의 하의실종의 패션을 보는 사람을 괴롭게 하는 가학증적 요소도 있다. 세상의 패션이 많이 변했다. 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진 자들은 괴롭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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