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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없어져 간다

이형영 | 2011.09.10 18:13 | 조회 5890



어른이 없어져 간다.

 

며칠 있으면 우리의 전통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은 음력 8월13일로 설, 한식과 단오와 함께 우리 민족의 4대 명절이다.

추석은 추수를 무사히 마치고, 풍성한 수확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며, 온가족과 이웃들이 풍성함을 서로 놀이를 통해 나누며 즐기는 축제이다. 추석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추석은 일 년 추수를 하늘에 감사하는 날이며, 다음해에도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며, 일가친척에게, 은혜 베푼 선조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효도의 문화를 체험하는 날이다. 또한 노동을 통해 얻은 결실을 보며, 인간 삶의 추수에 대한 지혜를 얻는 날이다. 그리고 가족들이 모여 즐겁게 음식을 나누어 먹는 나눔 날이며, 밤에는 휘영청 밝은 만월의 달빛아래서 춤을 추며 노래하는 날이다.

요즈음, 우리에게서 어른에 대한 감사도 희박하여지고, 어른을 인식하는 범위가 친부모, 조부모로 좁아지고 있어서, 점차 옛 문화를 잃어버리고 있어 너무나도 안타깝다.

개화기인 1898년 캐나다의 제임스 게일목사가 쓴 “ 한국 스케치”나, 1904년 언더우드 부인이 서술한 “ 조선시대”에는 “한국인들은 어느 민족보다 어른을 존경하고 조상을 숭배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가정에서 위계질서를 소중이 여기고, 노인들에게는 맹목적으로 복종 한다“고 적고 있다. 그 당시는 외국인들의 한국견문록에는 한국인의 경로 의식을 높이 평가하는 구절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노인과 어른에 대한 공경 심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전통이 되고 말았다. 한국의 노인들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무관심속에 소외되고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에 미국의 일간 크리스이언스 모니터(CSM)에서 “동방예의지국” 인 한국에서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CSM은 서울 발 기사에서 최근 한국사회에 논란을 불러 이른바 “지하철 폐륜 여-폐륜 남”을 들어 요즈음 한국 젊은이들은 부모세대와 달리 어른에게 무조건적 공경을 표시하지 않는다고 소개하였다.

그 사건은 최근 “지하철에서 다리를 꼬고 앉지 말라고 지적한 노인에게 젊은 남성이 욕설을 퍼부은 사건과 지난해 10대 여학생이 80대로 추정되는 여성과 지하철에서 몸싸움을 벌린 일이다. 이 사건들은 어른을 공경하는 한국 사회의 관습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노인 학대 신고수가 전년도보다 25%증가 했다는 통계도 있다.

한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세대별로 주어진 역할이 조화롭게 수행 되어야한다. 정신 분석의 성격구조 이론에서 생물학적 본능의 총화인 “이드”와 현실을 검사하고 각각 기능을 통합 조정하는 “자아”와 이를 잘 평가하고 관리하는 소위 “어른 ”역할을 하는 “초자아”가 조화롭고, 건전해야 하듯이 이 사회의 어른들이 제 기능을 해주어야한다. 어른들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날을 내다보고, 사회여론이 분열되었을 때, 하나로 통합하며, 기존 가치관이 혼란해지더라도 사회윤리와 기강을 바로 잡아가는 힘과 능력이 있다.

우리의 가정, 직장, 사회와 국가에서 참되며, 권위를 가진 어른들이 점점 줄어지고 있다. 가정에서는 부모의 권위가 자녀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버지 모습이 점점 작아지고 초라해지고 있다.

옛날 동리에는 한분 혹은 두 분정도의 어른들이 계셨다. 온 동리사람의 분쟁을 해결해주고, 질서를 잡아주고, 상담해주며, 교육해주시며, 공동체를 정직과 헌신 그리고 봉사로 치리하였다. 온 마을사람들은 그분의 말씀과 가르침에 따랐다. 그래서 동리라는 공동체는 안정과 평안이 유지되었다.

왜 어른이 줄어지고 있을까? 어른의 대표는 건전한 아버지이다. 요즈음 “왕따가 된 아버지와 놀아주자” ‘아버지의 기를 살려주자“라는 목소리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아버지 즉 어른들의 가치가 많이 떨어 졌다.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사랑으로 세상의 질서와 규칙을 가르치고, 미지의 모험 세계로 인도 한다.

한 아이가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하려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의 관심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인격적인 삶과 기능을 동일화(同一化)해가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을 한 인격체로,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려면, 아버지의 본래의 기능과 그 기능적 권위가 회복 되어야 한다. 아버지는 매일 영적으로, 도덕적으로 새롭게 되어, 아이들의 건강한 동일화 대상이 되어야한다. 우리사회의 어른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야한다.

요즈음 효도가 많이 변하였다. 내가 출세하고, 행복하면 효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효도는 부모님이 영광과 자랑과 행복을 이루는 것이다. 성경은 “너희 부모를 공경하라” “너 낳은 아비에게 청종하고, 네 늙은 어미를 경히 여기지 말라‘고 가르친다.

우리사회는 지도층이나 압력집단으로 사회를 이끌 어른이 적다. 아니 줄어지고 있다. 이는 어른노릇을 하던 분들이 도덕성 결여와 역량부족 등으로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취급되든지, 혹은 상대를 깎아내리는 일부의 힘에 의해 희생되기도 하며, 또는 급변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때문일 수 있다.

우리의 노인들은 지금의 가정과 사회 그리고 나라를 만드시느라 많은 희생과 헌신을 하신 분들이다. 젊은이들은 이것을 배워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한다.

젊은이들 중에는 서구문화의 잘못된 개인주의와 자유 그리고 생산성 기준 판단을 잘못 받아들인 자들이 많다. 또한 성장할 때,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지 못하였고, 인격적인 관계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과도한 경쟁으로 올바른 것과 정의 보다는 이득을 얻는 쪽으로 길들여지기도 했다. 지식주입 교육과 입시 경쟁이 남과 더불어 살면서 그 어른에게서 배우고 존경하는 것 보다 그를 넘어뜨리고, 올라타서, 짓 누리는 것에 길 들여 질수 있다.

이 땅에 진정한 어른이 필요하다. 질서와 정의 그리고 지혜를 줄 어른이 필요하다. 우리가 좋은 어른을 사라지게 하였다. 올 추석에 어른 공경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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