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2
  • 3
  • 4
  • 5

단풍과 낙엽, 그리고 사람들

이형영 | 2011.11.01 18:14 | 조회 5737



단풍과 낙엽, 그리고 사람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여름 한철 폭염과 끝없이 쏟아지던 비를 맞아, 녹음이 풍성하던 산들이 울긋불긋해지기 시작한지 오래되었다. 설악산에서 시작한 단풍소식은 빠르게 남쪽을 향하여 치닫고 있다. 가을 오색단풍이 산하를 수놓고 있다. 그들은 단풍구경 온 사람들과 어울려 고운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단풍이 아름답다. 특히 금강산 단풍은 “몰아(沒我)의 경지”라 불릴 만큼 정말 아름답다고 한다.

우리의 단풍은 9월 하순에 설악산과 오대산 정상에서 시작하여, 11월 상순이 되면, 남해안 두륜산과 한라산 까지 붉게 물들게 한다. 단풍의 남하 속도는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한 단풍은 매일 산 아래쪽으로 대략 40m씩, 남쪽으로는 25km씩 남하 한다. 이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전해지는 봄소식의 속도와 같다고 한다.

올해의 기상청의 지역별 “단풍절정기 예보”를 보면, 우리지역의 단풍은 태백준령을 따라 내리고 있는 단풍이 지리산은 10월 24일 경, 한라산은 10월27일, 내장산은 11월 2일 , 무등산은 11월5일, 두륜산은 11월11일경에 절정에 이른다고 예보하고 있다.

올해의 설악산 단풍은 평년보다 대략 9일 정도 늦게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일교차가 커서 최근 4년 만에 가장 곱게 물들 것이라고 한다.

“첫 단풍이 들었다”는 말은 산을 20%-30%가량 단풍이 들었을 때를 말하고, 산이 80%이상 단풍이 들면 “ 단풍 절정기”라 부른다. 단풍이 들고나면, 얼마 안 있어 낙엽이 떨어진다.

고지 연 시인은 “ 가을에게”의 시에서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과 가는 가을의 아쉬움을 담고 있다. “녹음이 짙은 나무 우등지에/ 선홍빛 가을 울 눈동자에 어리면/ 벌써부터 시려오는 가슴/ 날마다 물처럼 내려갈 단풍/ 바닥까지 내려가면 잎이 지겠지/ 가을아/ 이 계절은 무심히 보내기 싫어/ 지난여름 너무 더워 흘려보낸 날들/ 가을마저 서두르면 허무함 어찌할까/ 잎 끝에 고운 색 오래 머물러/ 게으름 피우며 눌러 앉아라/ -이하 생략- 또 김현 주 시인은 “ 단풍나무”라는 시에서 단풍이 주는 가르침을 싣고 있다. “ 단풍나무, 붉게 물들고 있었지 요/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날들이 이어지더니/ 가을이 오고 말았지 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던 나는/ 산에 올라 못되게도/단풍나무에게 다 뱉어내/ 버렸지요 내 부끄러운 마음 /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아. 단풍나무/ 고만 온몸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데요/ 내 낮 빛이 아무 일없었다는 듯 / 뻔뻔해질수록/ 가을 산마다, 단풍나무/ 붉게 물들고 있겠지요.

우리의 산과 들 그리고 정원에 온통 가을의 전령사 단풍과 낙엽 널려 있다.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기쁨 그리고 가르침을 주는 단풍과 낙엽은 나무가 혹독한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나무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단풍은 겨울을 앞둔 수목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이다. 그래서 녹색 잎이 적색, 황색, 갈 색등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보통 녹색 잎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광합성으로 당이나 전분 등의 물질을 만드는데 가을이 되면, 이 물질들은 줄기나 뿌리의 저장기관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지면 이러한 물질의 합성작용은 쇠퇴하고, 엽록소와 단백질 등은 분해되어 차츰 줄기나 뿌리 쪽으로 이동해 간다. 나무의 잎은 줄기나 뿌리에 비해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무가 겨울에 생존하기위해 최소한의 영양분을 확보하기위해 나뭇잎에게 영양분을 주지 않는 현상인 샘이다. 단풍잎의 색깔은 나뭇잎 안에 함유한 색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상록수는 단풍이 들지 않는다. 상록수는 잎이 두껍고, 질겨서 추운 겨울을 잘 지낼 수 있어서 영양공급체계가 평소와 같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겨울이 다가오면, 단풍은 아름다운 색깔을 잃어가면서, 잎들을 떨어드린다. 낙엽이 되는 이유도 단풍과 같은 이유로 생긴다. 겨울을 나기 위한 나무의 자기 보호 본능 때문이다. 겨울에 수분이 부족하여진다. 그래서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기공을 닫게 된다. 잎에서 광합성이 일어날 수 없다. 나뭇잎은 결국 ****** 떨어진다. 나무를 살리기 위해 나뭇잎이 희생하는 것이다. 단풍과 낙엽은 가을을 사는 사람들에게 희생과 절약 그리고 검소한 삶을 살라고 일러 준다. 특히,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사람과 욕심으로, 몸과 마음의 고갈된, 병들어 있는 현대인에게 치료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의 국민적인 시인 윤동주의 시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그 시는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사람을 사랑하였는지/ 열심히 살았냐고/ 나와 이웃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가. 삶이 아름다웠는가/ 어떤 열매를 얼마나 맺었냐. 자랑스러운 나가 되기 위해 나는 나의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는 좋은 말을 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단풍과 낙엽이 있는 인생의 가을은 어느 사람에게나 올 것이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좀 빠르게, 더 아름답게, 혹은 비바람과 함께 이른 낙엽의 가을을 맞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아름답고 풍요로운 단풍의 가을과 낙엽이 주는 절약과 희생의 가을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한다.

어떤 작가는 인생의 사계절을, 봄은 기회, 우정, 사랑과 생각을 활용하는 시기. 여름은 보호하고 성장하는 시기. 가을 은 봄의 노동에 따른 열매를 수확하는 시기. 겨울은 모두에게 감사와 사랑을 나누는 시기라 하였다. 또한 인간의 삶도 사계절과 같다 하였다.

우리는 올 가을에는 단풍과 낙엽을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면서, 이것이 주는 가르침을 받아, 우리 삶이 치료받아 좋은 열매를 맺는 인생의 계절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보자.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23개(5/7페이지)
의학이야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3 “나를 죽이겠다는 소리가 들려요” 말하는 환자 사진 이형영 6549 2012.06.08 16:41
42 “東問 西答(동문서답)”하며, “횡설수설”하는 정신분열병 환자 사진 이형영 10182 2012.05.19 09:44
41 정신분혈병 환자의 망상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12205 2012.04.04 16:15
40 겨울철에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175 2012.02.09 18:16
39 반복강박증을 치료하는 새해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646 2012.01.03 18:15
38 망년회 보다는 송년회를 갖자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107 2011.12.06 18:15
>> 단풍과 낙엽, 그리고 사람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738 2011.11.01 18:14
36 어른이 없어져 간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889 2011.09.10 18:13
35 여름철의 하의 실종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606 2011.08.08 18:12
34 이기심은 미숙한 심성이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753 2011.07.08 18:10
33 정신분열병의 시초는 어떤가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346 2011.06.09 18:09
32 가정환경의 심한 병리가 정신분열병을 만들 수 있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7437 2011.05.09 18:09
31 부모의 사랑 부족이 정신분열병을 만들 수 있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8089 2011.04.08 18:08
30 정신분열병의 발생에 신경전달물질이 중요한가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10179 2011.03.10 18:07
29 정신분열병은 유전병인가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557 2011.02.11 18:07
28 정신분열병은 어떤 병인가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360 2011.01.10 18:06
27 2010년을 치료자의 마음으로 보내자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532 2010.12.10 18:05
26 무병장수 하고 싶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863 2010.10.13 18:05
25 치매를 자가진단 할 수 있다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6200 2010.10.12 18:01
24 고귀하고 아름다운 추석의 풍속과 전통 사진 첨부파일 이형영 5558 2010.09.10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