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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강박증을 치료하는 새해

이형영 | 2012.01.03 18:15 | 조회 6633



반복강박증을 치료하는 새해

   

희망찬 새해, 壬辰年 2012년이 밝았습니다.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눈물의 그림자가 드리운 이 땅에 새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새해를 맞이하자.

정치와 사회적 혼란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이 반복되는 구습을 끊고, 새것을 맞이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새해가 되기를 소망하고, 의와 사랑을 널리 펴면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도움을 받으며, 서로서로가 축하하면 좋겠다.

새해에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는 수많은 축복을 얻을 수 없다. 준비된 마음의 그릇에는 새해의 좋은 일들이 가득히 당기게 된다. 우리는 복된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2011년의 특징을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으나, 현대화의 심리사회적 현상이 너무 많이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은 정보화의 부작용인 비인간화와 현실을 떠나 가상세계를 빠졌고, 이로서 심리적 은둔자가 양산되었고, 나아가 개인주의, 이기심, 자기포만감과 자기도취경향이 강화되었다. 인간관계는 사랑과 이해 그리고 자기희생보다는 경쟁적이며 저돌적이고, 거침없이 반칙을 저질렀다. 즉각적이고 빠른 변화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고, 쾌락주의와 향락주의의 범람으로 인격의 붕괴되었다. 또한 우리사회는 인격의 초자아기능만 비대해지는 기형이 되는 듯하다. 그리고 성의 상업화와 상업주의와 금전만능의 사상이 증대되었다. 이로 인해 인간소외와 천시현상이 커졌다. 한마디로 인격은 물질화되고, 물질이 인격화되는 세태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사회의 곳곳에서 양심의 기본이 되는 윤리와 도덕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갈수록 얄팍해지고 여유가 없고 신의마저도, 헌신짝 버리고, 대안 없는 비평과 모함을 일삼는 것은 여러 환경과 주변여건들이 사람의 심성을 가난하게 만들기 때문 아닌가. 우리의 현대화도 선진국처럼,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을 주었으나, 정신적 빈곤도 함께 주었다. 이것이 지난해의 우리의 형편이었다.

토인비는 “현대의 가장 큰 비극은 인간상실이다” 하였고, 헨 레나 노르 베리 호저는 “현대문명의 발달과 개발을 얻기 위해 우리는 많은 정신적 안정과 문화적 생명력을 잃어야만 했다”고하였으며, 에릭 프롬은 인간의 근본적 문제는 다른 사람과 관계의 상실. 격리감이며, 이는 불안을 야기하여 신경증이 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New despair (새로운 절망)의 시대에 살고 있다.

교수신문이 2011년의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을 선정하였다. 이는 “가릴 엄, 귀 이, 훔칠 도, 쇠북 종”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이 말은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가 문객들을 동원해 만든 우화집 “여 씨 춘추”에서 유래했다. 춘추시대 범 씨가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한 백성이 혼란을 틈타 범 씨 집안의 종을 훔치려했다. 도둑은 종이 너무 커서 쪼개려고 망치로 종을 쳤는데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 다른 사람이 올까봐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일화이다.

엄이도종은 자기가 한일이 잘 못 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비난이나 비판을 두려워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또한 “나쁜 짓을 하면서 굳이 그것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함”을 비유하거나 혹은 자기한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뜻이기도 한다. 어쩠거나 종을 훔치는데 소리가 안 날 리가 없을 것이고, 다른 사람은 다 듣는데 자신만 못 듣는다면, 귀머거리이거나 “부정‘의 심리기제를 많이 사용하는 자 일 것이다. 이 사자성어의 선정은 한미 FTA 비준안의 일방적인 국회통과와 대통령측근 비리 등 각종 사건과 정책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소통 부족과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비판한 것이라고 교수신문은 분석하였다.

엄이도종 다음으로 “여랑목양(如狼牧羊)” 즉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하는 격이란 뜻으로 “탐욕스럽고 포학한 관리가 백성을 착취 한다” 이고, 그 다음이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다기망양(多岐亡羊)”이 선정되었다. 모든 곳에서 잘못이 많이 드러나는 한 해이었다.

2012년도에는 우리 안에 있는 이 모든 지적사항을 찾아보고,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운 2012년을 맞이해야 한다.

종교지도자들의 2012년 신년사를 보면, 정진석추기경님은 “ 새해에는 지혜로운 삶을 살기를 기원하다. 지혜는 사리를 분별하여 이치를 깨우치고 사물의 의미를 정확이 알아차리는 정신적 능력이다. 공동체의 이익과 평화를 가져 올수 있어야하고, 겸손하고 착한 마음, 작은 행복에도 감사하는 사람이야 말로 지혜롭게 사는 사람이다 ”고 말하였다. 한국 기독교교회 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새해에는 우리 사회 안에 뿌리박힌 이념과 갈등 , 새 대간 갈등, 남과 북의 갈등, 가진 자와 못가진자의 갈등과 분열의 골이 매워지기를 소망한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한다” 하였다. 이러한 소망이 올해가 가기 전에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정신분석에는 “Repetition Compulsion(반복강박증)이론이 있다. 이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반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일반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예기치 않고, 자신의 성격이나 행동특성과 무관하게 고통스러운 사건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불운“ 이나 ”운명“의 탓으로 돌리면서 산다. 이러한 반복적인 불행을 경험한 사람들을 어떤 사람들은 ” 운명 신경증“ 혹은 ”반복강박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예를 보면, 어린아이가 상실의 경험을 이겨보려고 어떤 작난감 놀이를 반복하는 현상이든지, 사람이 심한 정신적 외상 후, 그 사건의 내용을 반복해서 꿈을 꾸는 현상들, 일상생활에서 자기에게 해가 되는 일을 다시 반복하는 현상 등이 ”반복강박증“이다.

우리의 정치, 사회-심리적, 경제적 상황, 심지어 일상생활을 잘 살펴보면, 우리들은 반복강박증 환자로, 많은 것을 잃으며 살아온 듯하다. 새해에는 모두가 통찰력과 용기를 갖고, 우리 안의 반복강박증을 치료하여, 모두가 진정한 평강을 누리는 새해가 되기를 소원한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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