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혈병 환자의 망상

 정신분열병(조현병)환자의 망상

 

  김씨는 46세의 가정주부이다. 그는 20대 후반부터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는 만성 환자이다.

병전 성격은 비판 적이고, 의심 많고, 침울하고, 친구가 없고 예민한 사람이었다.

 김 씨는 병의 초기에는 남들이 자기를 대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의심해 보다가, 나중에는 그런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다. 남들이 자기를 보고 웃고, 뒤에서 욕하고, 감시하고 미행하고, 말을 엿듣고, 도청장치가 자기 방에 설치되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고 믿고, 남편의 행실이 틀림없이 수상하다고 믿고 염탐하고 다녔다.

 가끔 자기가 재벌가와 인척관계이고, 유산도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병동에서 옆 환자에게 담배를 구걸하는 경우도 있다.

정신분열병의 증상 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아마도 망상과 환각일 것이다.

 망상은 그릇된 생각이다. 그릇된 믿음이 환자의 논리나 이성에 호소해서 고쳐지지 않고, 또 그 사람의 교육이나 환경과 조화 되지 않는, 그릇된 믿음이다.

망상은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생각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런 망상을 갖고 있는 사람의 편에서 보면, 왜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의 절박한 속마음의 요구가 있다.  즉, 망상을 갖는 이유가 있다. 

망상은 수면에 나타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그 밑에 그 사람을 괴롭히는 엄청난 정신적 문제가 숨겨져 있다. 망상을 결정하는 것은 지적인 것 보다는 오히려 정서적인 요소이다.

 망상증상은 한 사람이 생활에서 겪는 여러 가지 문제를 심리적으로 방어하거나, 마음의  안정성 혹은 자존심을 지키는데 있어서 현실이 너무 벅차면, 망상으로 이를 메우려고 시도한다.

망상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망상은 그 생각을 품고 있는 환자의 전체 상황 속의 하나의 증상으로 , 그리고 환자의 내면적인 요구의 결과로 이해되어야 한다.

병의 초기에 잘 나타나는 관계 망상은 자신과 무관 한 일을 사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믿는 망상이다. 방송이나 신문 보도가 자신을 비난하다고 믿고, 지나가는 행인들이 혹은 휴게실에서 쉬는 환자들이 나를 흉을 보고 있다고 믿는다. TV에서 가수가 노래 부르며 웃으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피해망상은 정신분열병의 망상 중 가장 흔한 망상이다. 타인이 자신을 해칠 것이라고 믿는 망상이다. “남이 나를 추적한다.”는 추적 망상, “남이 나를 보고 있다”는 관찰 망상, “내 머리에 아무도 모르게 기계장치를 하여놓고 조정하고 있다.”는 조정망상이 있다. 과대망상은  자신이 “위대하다” “전능하다” “부자다”라 믿는 망상이다. 그 외에도 “천리안을 갖고 있다” “테래 파시능력이 있다” 등의 마술적 사고도 보인다. “자신이 신이다” “예수님 동생이다”  “선지자이다”라는 종교과대 망상도 있다.

 또한 모든 이성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자신은 모든 이성을 사랑해줄 의무와 권리가 있다고 믿기도 한다. 피해 적 색정망상으로 배우자의 정절을 의심하는 부정망상과 질투망상이 있다.

그 외에 자신의 장기의 어떤 부분이 남과 특이하게 다르다고 믿든지, 혹은 내장이 썩고 있다고 믿는다. “음식을 먹자 말자 위와 장이 썩는다.” “몸에 암이 자라서 전신을 먹어 들어온다” 고 믿는다. “자신의 생각을 남들이 다 알고 있다”는 사고방송(思考 放送). 내 생각이 방송 되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생각을 할 수 없다.” “남이 생각을 내 머릿속에 집어넣어준다”는 사고 주입망상. 귀신, 악령이나 어떤 동물이 자신의 몸속에 들어와 지배한다는 빙의 망상(憑依 妄想) 심하면 자신이 동물이나 괴물로 변신 했다는 망상도 갖는다. 환자는 어떤 사람이 진짜가 아니면서 다른 사람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 capgras syndrome 도 있다.

망상을 주소(主訴)하는 정신 분열병 환자들의 발병하기 전 성격이 특이한 경우가 있다. 병전 성격은 의심이 많고, 예민하고, 사람들을 적대시한다. 그래서 사람들과 잘 다투고, 윗사람들에게 반항하고 독설적 이다. 보통 때는 전면에 잘 나서지 않으나, 자기 뜻대로 이웃을 조정 하려하고, 뒤에서 암약한다. 또는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하는 행위로, 지나치게 불평하고, 비평적이고, 비난하고, 비웃음을 치며, 심하면 노골적으로 공격행위를 보이고, 거만한 외톨이로 세상을 저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기의 안정과 자존심에 위협을 받으면, 저절로, 자기를 보호하는 방어 기제가 작동을 한다.

 망상은 용납 되지 않는 욕구, 충동이나 생각을 의식에서 몰아내고, 억누르는 가장 보편적인 방어 방법인 억압(repression)대신 남 때문이라고 남에게 내던지는 심리기제인 투사(projection)를 많이 사용한다.

투사의 정신 기제는 아주 미숙하고, 어린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어 기제이다. 받아들일 수없는 느낌이나 욕구를 자신이 자기 것으로 의식하기에 너무 쓰라리니까, 주관을 객관화하고, 자기감정을 남에게 뒤 집어 씌움으로써, 자기는 마음을 편히 눈가림하고 있는 것이다.

투사 많이 사용하다보면 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검사하고 적응하지를 못하게 된다. 점점 삐틀어진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점점 비논리적 이고 비합리적으로 된다,

 자기 성욕의 조절에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하고 있는 경우가 좋은 예이다.

주위의 사람들이 망상 환자를 이상한 사람, 외골수적인 사람으로 보며, 언제 오해를 받을지 몰라서 멀리하게 된다. 특히 말이 없고, 경계하는 표정으로 혼자지내는 망상환자들은 억압된 공격심이 언제 폭발할지 몰라 조심해야한다.

사람은 누구나 의식에서 용납할 수 없는 욕구와 충동 그리고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를 건강한 기제를 사용하여, 억압 하든지 사회적 혹은 개인적으로 유익하게 승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잘 살펴서, 잘못된 정신기제는 버리고, 건전한 기제를 사용하여 정신적 건강을 유지해야한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