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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問 西答(동문서답)”하며, “횡설수설”하는 정신분열병 환자

이형영 | 2012.05.19 09:44 | 조회 10176


“東問 西答(동문서답)”하며, “횡설수설”하는 정신분열병 환자

 

 30대 후반의 남자 환자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부모님에게  보냈다.

 “부모님 전상서. 햇빛을 등지고, 글월로 안녕 소식을 전 합니다. 시간의 흐름이 늦은 것 같군요. 이름은 내 몸이 아니요, 바로 여러분의 노예입니다. 존경하는 어머님, 감사 합니다.

0000년 0월0일, 먼지가 뭉쳐서 떨어 졌어, 즉 부활이 됐지, 맛있게 라면을 먹다. 인내로 이성을 가져라. 노력 MP 환자―발산은 능력을 가져야. 완전무결, 실패 하라, 재출발. 0월이 왔다. “

 이 환자의 편지는 이는 본래 의도했던 생각이 내부에서 일어나는 여러 생각 때문에 그 사고의 흐름과정이 어떻게 해리(解離)가 일어나는 가를 잘 보여 준다. 비록 횡설수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인내로 실패를 이겨 내고 재출발을 하여 새 사람 (부활)이 되려는 그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 환자 사례는 어느 정신과 교과서에 실린 것이다.

 또한 20대 여자 환자가 급성 정신 분열증 증상으로 가족들과 함께 병원에 왔다. 그는 의사에게 “친구, 매표소, 커피, 남자, 나폴레옹.” 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또한 그 여자는 (문) 몇 살 먹었지? (답) 나 00동에 살아. (문) 무슨 직업을? (답) 24살이여. 라고 말한다. 이 여인은 “말 비빔밥”과 “불관련성”의 연상 장애를 보이고 있다.  

 정신 생물체의 최고도의 기능인 생각, 즉 사고(思考)는 인간 내부의 언행(言行)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자극과 반응으로 구성되어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여기서 반응은 인간의 심리적 목적을 달성하는 역할을 한다.

사고에의 자극은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인 여러 곳에서 받지만, 이들은 이성과 논리에 의해 시정 된다. 이런 사고를 현실적 사고 혹은 이성적 사고라고 한다. 그러나 정신장애가 있으면, 이런 사고 양상과 전혀 다르게 된다. 공상이 큰 자리를 차지하여 현실을 무시하고, 틀에 박힌 상태에서 자신에게만 뜻이 있는 사고 즉, 자폐적(自閉的) 사고가 된다. 정신 분열병에서는 비현실적이거나, 자기 위주의 충동적인 생각이 논리와 이성을 대신하게 된다.

 사고의 과정, 즉, 말의 진행은 사고의 흐름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상인에서는 앞선 생각과 뒤에 따르는 생각 사이에 서로 연결되는 연상의 연락이 있고, 정확한 끝을 향해 논리적 진행이 되는데, 이런 연락성과 수미 일관성(首尾一貫性)이 장애를 보이면, “말의 흐름의 장애”가 있다고 말한다.

 정신분열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고의 흐름의 장애를 살펴보면 첫째는, 불연락성(不連絡性)이다. 수미 일관성 또는 연락성이라 함은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으로 질서 있게 연결되어 진행되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불연락성은 문장의 구성법에 따르지 않고 무질서 하게 두서없이 한 구절이나, 한 문장이 토막 되어 나오는 장애를 “일관성이 없다”든가 “연락성이 없다” 또는 “두서가 없다” “줄거리가 없다”고 한다. 토막처럼 잘려 나오는 말이 너무 심하여, 횡설수설 하면, “완전한 불연락성”이라고 칭한다. 그것보다 좀 약하면 “생각이 흩어 졌다”고 부른다. 비슷한 모양으로 명사만 잇달아 쏟아져 나올 때 이를 “말 비빔밥”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불관련성(不關連性)이다. 이는 의사의 질문에 환자의 대답이 관련성 없는 것이다. 질문과 동떨어진 엉뚱한 대답 또는 도대체 아무런 의미도 찾아 볼 수 없는 “동문서답”을 “불 관련성 혹은 부 적절성”하다고 한다. 이는 정신 분열증의 자폐적 사고와 비논리적, 비합리적인 사고 내용과 관계 때문으로 생각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보속증(保續症)이다. 이는 한 단어 혹은 몇 개의 단어를 계속 되풀이 하는 장애 이다. 여기에서 의사가 환자의 화제를 바꾸려고 노력과 새로운 자극을 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반복한다. 예를 들면, “의사” 혹은 “송장”의 단어를 반복하기도 한다.

 네 번째는 신어 조작(新語 造作)이다. 이는 환자 자신이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흔히 두 가지 이상의 말들이 하나로 압축되어 진 것이며, 이 말은 환자에게는 특수한 의미를 갖는다. 예를 보면, 과대망상 형 정신 분열병 한 환자가 자기는 “특장” 이다고 했다. 이는 대장 보다 높은 “특별한 장군”이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다섯 번째는 우회증(迂廻症)이다. 이는 중요한 것과 중요치 않는 것을 구별 못하고, 쓸 데 없는 상세한 지엽에로 탈선을 거듭한 끝에 목적한 생각에 겨우 다다르는 사고 진행 장애이다.

 여섯 번째는 두절(杜絶)이다. 이는 말의 흐름이 갑자기 멈추는 것을 말한다. 생각의 표현이나 진행이 돌연히 정지하는 것은 아무런 외부의 영향 없이 봉쇄 되는 것이다. 전형적인 두절은 정신 분열병에서 만 본다. 이를 “사고의 박탈” “사고의 폐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곱 번째는 생각의 비약(飛躍), 즉 “생각의 분방(奔放)”이 있다. 이는 기분장애 환자 중 조증 환자에서 흔히 보이지만, 상쾌한 기분이 증상에 섞여 있는 정신 분열병 환자에서 볼 수 있다. 흔하지는 않다. 이 장애는 빠른 속도로 연상이 된다. 그러면 자꾸 주제에서 벗어나 지엽으로 탈선을 한다. 그래서 끝내 목적한 생각에 도달을 못하게 된다. 말이 빠르게 계속 되고, 단절되고 하면서 순간 적인 연상으로 이루어진다. 생각들 간에 연락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위의 자극과 마음속의 어떤 변화에 따라 그 방향이 자주 바뀌며, 즉 주위가 산만 해지고, 애초에 세웠던 생각의 목표는 사라진다.

  여덟 번째는 지연(遲延)이다. 이는 생각의 시작과 흐름이 느린 것이다. 환자들은 이때 생각이 빨리 되지 않든지 또는 생각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느린 것이 심해지면 말대꾸를 하지 못하는 “함구증(緘口症)”이 된다. 이는 우울한 사람에서 주로 본다. 우울한 증상이 섞어 있는 정신 분열병 환자에서 볼 수 있다.

 생각의 비약과 지연의 연상의 장애는 정신 분열병의 전형적 장애는 아니지만 가끔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미국 정신의사들 중에는 “정신분열병 언어( schizophrenic language)라는 말이 있다. 이는 정신 분열병의 언어 표현과 흐름이 이상하다는 뜻이다. 일반 사람의 말과 다르고, 특이 하여 생긴 용어이다. 

 특히 급성 혹은 황폐화된 어떤 정신 분열증환자의 말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또한 동문서답 과 횡설수설 하므로, 그들의 말을 알아듣기도 매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 나름대로 언어 혹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우리들이 못 알아들을 뿐이다. 그들의 생각을 공상적 요소와 무의식적 요소가 지배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감적 이해와 마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키워야, 그들의 언어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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