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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겠다는 소리가 들려요” 말하는 환자

이형영 | 2012.06.08 16:41 | 조회 6549

“나를 죽이겠다는 소리가 들려요” 말하는 환자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는 30대, 김 씨는 가끔 “너는 나쁜 놈이니 죽어야 한다. 내가 사람을 시켜서 죽일 것이다.” 라고 하는 한 친구의 목소리가 가끔 들려서 무섭다. 소리 나는 곳으로 가보았더니 아무도 없다. 이런 소리는 20대초, 발병 후로 계속 되고 있다.

 60대 중반 가정주부인 이 씨는 30여년 병력이 있는 만성 정신분열병환자이다. 발병 초기부터, 거의 매일 부엌에서 음식을 장만하든지, 혹은 밭에서 농사일을 할 때, 돌아가신 시부모님이 사람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목소리로, “조미료를 넣어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 등 간섭하여 지시 한 대로 따라서 하였고, 그 목소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적절한 치료를 시행한 근래에는, 시부모님이 말을 잘 안 해주신다고 근심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김 씨와 이 씨의 증상은 환각의 한 종류인 환청이다.

 환각은 정신 분열증의 중요한 증상의 하나이다. 그러나 환각은 정신 분열증이 아닌 다른 정신 장애들, 기질성 정신 장애, 양극성 장애, 또는 해리장애, 나아가 정상인에서도 보이는 경우가 있다.

 환각 (hallucination)은 외계의 자극이 없이 일어나는 지각이다. 즉 외계의 대상이 없이 생생한 지각적 인상이 생긴다. 지각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을 과거의 경험과 결부시켜 구성하고 해석해서 그 자극을 파악하고, 그 자극과 자신의 관계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정상적인 지각은 외부의 자극이 꼭 있어야 한다.

 환각은 정신 병리는 대략 다음과 같이 설명 되고 있다. 어떤 욕망이 자아에 용납 되지 않아서 억압 되어 무의식이 된다. 무의식에 억압 된 것이 독자적으로 의식 계를 뚫고 나오려면, 변장(變裝)을 해야만 나타날 수 있다. 즉 자아가 용납하지 않았던 까닭으로 해서 이 변 장된 욕망은 외계로부터 오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따라서 투사되어서 의식에게는 외계로부터 자극처럼 지각 되게 한다. 바꾸어 말하면, 환자가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환각의 일상들은 사실은 자신의 요구, 소원의 성취, 자존 심, 자책, 죄의식, 억누르고 배척당한 충동, 또는 더욱 편한 현실에의 욕망 등의 심적 요구나 마음의 상태가 외계로 던져지는 투사된 것이다. 정상인의 꿈이 정신병자의 환각의 원형(原形)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적인 문제가 오관(五官)의 어떤 지각의 기관을 통해서라도 환각으로 받아 들여 질수 있겠으나, 그 특수한 문제가 상징화하기에 적합한 기관을 통하리라는 것은 짐작이 간다.

가령 죄의식에 가득 찬 환자의 경우는, 그는 자기를 공격하는 죄책의 소리를 청각을 통해서 듣게 되기가 쉬울 것이다. 또는 겁에 질린 사람이 무서운 것을 보게 되는 시각적 환각을 느끼게 될 것 이다.

환각이 있다는 증거는 여러 가지로 잡을 수 있다. 솔직히 대뜸 환각이 있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을 것이고, 그러나 대부분은 불확실하다. 처음에는 부정하다가 캐묻는 말에 시인하는 사람도 있고, 마치 누구와 대화하듯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침대에 혼자 앉아서 입술만 들썩거리는 사람도 있고, 길이나 복도를 걸어 다니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다. 또는 듣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도 있겠고, 또 입술의 움직임을 볼 수도 있다. 가만히 듣고만 있는 사람도 있고, 듣고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 말에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 더욱이 적극적인 반응은 환각적인 명령에 복종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나가는 사람을 때리거나 자살을 하는 등 폭력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이런 경우는 각별한 주의가 요한다.

 환각은 정신 분열병의 초기나 급성 기에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만성 환자에서도 계속 되는 경우도 있다. 환각이 일어나는 때의 전체적 상황이 대단히 중요하다. 멀쩡한 정신 상태에서 일어나는지, 의식의 장애가 있던지, 지남력 장에가 있을 때 일어나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환각은 심인성인 경우가 많지만, 때로 기질적 원인으로도 일어난다. 즉 중독 상태, 뇌손상 때도 나타 날 수 있어서 잘 감별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에서도 오랜 격리나, 심한 스트레스나, 강한 열망. 그리고 어떤 특수한 약물 영향, 특히 환각제의 복용으로 환각이 유발 될 수 있다. 건강한 사람도 8시간 정도 완전히 외부자극을 박탈 해버리면, 환각이 생긴 다고 한다.

 환자가 현실과 접촉이 이루어진 상태에서는 환각이 덜 일어난다. 혼자 있으면, 환각이 늘어난다. 또한, 환각은 환자의 망상과 관계가 있다. 그의 망상을 뒤 바침하고, 더욱 병적으로 강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환각 중에 제일 많은 것은 환청이다. 그중에 가장 단순한 것은 여러 가지 소음이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은 완전한 문장으로 된 말소리이다. 대게 이 말소리들은 “남들이 하는 환자에게 관한 이야기” 또는 그에게 직접 말을 거는 내용이다.

 환청은 환자의 내면의 투사로 만들어 지므로 그의 감정이나 그 밖의 전체적 심리를 반영한다. 환자의 성격이나, 생활사의 역동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어떤 목소리가 위대한 사람이거나 거룩한 존재로써, 환자는 그와 대화 하면서, 큰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고, 또는 환자에게 욕을 하고 나쁜 짓을 한다고 공격 할 수도 있다. 목소리는 드물게 환자 자신의 몸 안으로부터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지기기도 하나, 그보다 더 흔한 것은 외부에서 들려온다. 즉, 환청의 내용은 무섭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또는 즐겁고 위안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성적 만족도 주기도 한다.

특수한 경우로는 독서 할 때 자기가 읽기 전에 남이 읽는 소리가 들려오던가. 또는 자기가 읽는 직후에 남이 따라 읽어는 소리가 들려오는 환각 “독서 반향(讀書反響)” 도 있다.

 정신 분열병이 오래되어 만성화되면, 환각의 강열도가 좀 약해진다. 가령 소리가 아직도  들리기는 하지만 전보다 적게, 희미하게 들리고, 전처럼 두렵지도 않다는 환자들이 있다.

환청은 그것을 일으킬 이유를 환자가 갖고 있다. 지금 환자는 인생에 마음의 큰 어려움에 직면 해 있다. 이를 이겨 내려고, 그의 생존을 위해 노력 하고 있는 중이다. 병과 싸우는 환자의 노력의 모습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환청을 가진 사람의 마음을 공감적 이해를 해야 한다. 어려움에 힘을 보태 주어야 한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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