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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홀하기 쉬운 노인우울증

이형영 | 2009.05.13 17:43 | 조회 6670



소홀하기 쉬운 노인우울증

 

성경은 “인간의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라고 말하고 있다. 아마 인간은 슬픔, 즉 우울을 가지고 태어났는가 모르겠다. 우울과 불안은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정서이다. 특히 노인과 우울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작년까지도, 수년간 중풍으로 고생하는 남편의 병 수발까지 들며, 잘 지내던, 이모할머니(75세)는 남편과 사별 후, 잠을 못자고, 입맛이 없고, 온 몸에 힘이 없어지며, 축 처지고, 즐거운 것이 하나도 없으며, 가끔 감기처럼 몸에 열감과 한기가 생기고 하여 자녀들과 함께 종합 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았으나 특별한 신체 이상 소견이 없어, 정신과에 노인성 우울증으로 입원하게 되었다. 또 한분, 김 모 할아버지(78세)는 수십 년 동안, 큰 농장에서 과일농사를 지으면서, 농촌 지도자로 지역을 위해서 많은 활동을 하며, 건강도 자신만만하였다. 그분은 나이가 들면서 체력도 약해지고,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점점 힘들어지면서, 1년 전에 도시에 분가해 사는 장손자 가족들과 살게 되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고된 일도 벗어나고, 도시생활의 편리함으로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손자 부부가 할아버지를 무시 한다고 느껴졌고, 사소한 의견충돌이 생겼으며, 증손주들도 학교와 학원 등을 다니느라 늦게 귀가하여, 얼굴을 볼 수가 없고, 혹시 만나면, “할아버지한테서 냄새 난다”고 피하는 일이 많아졌다. 차차, 두 부부만 지내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또한 손자며느리가 경제권까지 가져가 버렸다. 그 후 얼마 있다가 기운이 없어지고 밖에 나가기가 싫고, 불이 꺼진 방에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고, 밤에 잠이 안 오고, 혹시 잠이 들더라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증상이 생겼다. 결국 무기력과 억울함 그리고 분노를 견딜 수 없어 차라리 ****** 버리자하는 생각으로 자기 농장으로 가서, 농약을 먹고 자살기도를 하였다. 다행히 사람들에 일찍 발견되어 응급치료로 살아났다. 정신과 의사에 의해 김 할아버지는 “노인성 우울증”으로 진단되었다.

우울증은 노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대표적인 정신 질환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작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0.3%가 되어 인구 10명당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이 되었다.

이와 같이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노인성 우울증”이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노인에게 찾아오는 노인성 우울증은 조사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까지 나타난다. 어림잡아, 노인 5명중 1명이 우울증인 흔한 질환이다. 내과 입원 노인환자들의 우울장애의 유병율은 40%정도가 되고, 치매환자에서는 많은 경우에는 80% 정도까지 우울증을 보인다. 우울증은 환자나 가족들이 모르는 중에 발생하여, 자살, 뇌졸중, 심근 경색, 치매 등으로 발전, 악화 될 수 있어,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필요하다.

노인성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80%에서 회복이 된다. 그러나 일반가정에서는 노인성우울증을 “노인이니까” “마음이 여리어서 그런거야” “별 것 아니야”하며,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노인 자살환자의 70%는 노인성 우울증과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65세 이상의 자살 율은 1996년에는 10만 명당 28.6명에서 2006년에는 72.1명으로 2.5배 증가하였다. 이에 비해, 65세 미만의 자살율은 1996년 11.7명에서 2006년 16.8명으로 증가 하였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율은 OECD 29개국 중 자살율 1위, 자살 사망율 4위의 불명예를 갖고 있다.

노인성 우울증은 노인의 대표적인 질환이지만, 젊은 사람의 우울증에 비해 신체증상이 많아 우울증상으로 자각하기가 어렵다. 요즈음은 가족구조의 변화로 많은 노인들이 혼자 혹은 부부만 지나는 경우가 많아져, 치료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노인성 우울증의 원인은 노화에 따른 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발병한다.

신체 변화와 함께 뇌가 노화되면 신경전달물질의 양적변화와 부신피질, 갑상선, 뇌 하수체등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변화되어 우울증이 생긴다. 심리적으로는 노화에 따른 성격변화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힘이 약해서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사회적으로는 자기 책임과 일이 줄어들고, 주변사람들의 죽음, 퇴직, 경제적 안정의 위협 같은 상실을 체험하면서, 우울증에 빠진다. 또한 신체적 질병과 수술이 우울을 일으킬 수 있다. 증상은 여러가지이다. 대부분 가볍게 나타나거나, 노인의 특징상 감정호소가 적어 방치 되는 일이 많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두통, 피곤, 변비, 성욕감퇴, 무기력, 쇄약감, 수면장애, 식욕저하, 체중감소 등이 있고, 정서적으로는 외로움, 슬픔, 흥미와 의욕 상실, 심하면 “죄를 지었다” “병들었다“ ”허무하다” 는 망상, 분노, 적개심, 집중력 장애, 기억력 장애, 일시적 환각, 의식장애도 생긴다. 치료는 약물치료, 정신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한다. 예후는 치료에 효과가 좋아 70%~80%가 치료 된다. 반면 재발율이 높은 질환이다.

노인들에게는 우울의 지뢰밭이 곳곳에 널려 있다. 무심결에 우울해 질 수 있다.

노인성 우울증에 대한 예방접종 같은 것으로는 적극적인 생활방식을 유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인이 되기 전부터, 규칙적인 수면, 운동과 원만한 대인관계 유지, 그리고 자신의 취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인이 이유 없이 2주 이상 의욕이 떨어지고, 우울한 기분이 생기면, 우울증을 의심해보고,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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