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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기억력장애와 지남력장애

이형영 | 2009.10.12 17:46 | 조회 14866



치매의 기억력장애와 지남력 장애

 

치매는 “의식의 장애가 없이 인지 기능의 다발성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증후군(syndrome)” 이다. “증후군” 이라는 말이 의미 하는 것처럼 치매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다.

치매는 인지기능 중 기억력 감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증상들을 보이므로, 다른 질병과 감별하기 가 어렵다. 또한 임상적 증상들이 병의 진행 단계에 따라 혹은 환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하는 것이 어렵다.

치매의 증상을 크게 나누어 보면,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즉, 인지 기능 장애, 일상수행능력 장애, 그리고 행동 및 심리증상이다. 인지 기능의 장애로는 기억력장애를 주 증상으로 하여, 그 외에 학습 장애, 언어 장애, 인식장애, 시공간개념의 장애, 행동장애, 집행능력의 장애등이 함께 나온다.

한 증례를 보면, 한 치매환자의 아들이 의사에게 제보한 내용이다. 며칠 전 외출나가신 70대 초반인 어머니에서 전화가 와서 하신 말씀이 “내가 우리 집 근방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집을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다.” 고 하셨다. 어머니는 그 곳에서 십여 년 살았고, 집 주변의 마트, 약국, 병원, 은행 등 다 잘 알고 있었는데, 집을 가려는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전혀 생각이 안 나셨다. 그래서 몹시 당황하고 불안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몇 달 전부터 가끔 과일을 깎아서, 껍질은 손에 들고, 알맹이는 음식 쓰레기에 버린다던지, 이야기를 하다가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그것” , “그것 알지” 하는 경우가 있었고, TV의 드라마를 보다가 잘 알던 배우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저 배우 이름이 뭐야?” 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노인성 치매의 초기 증상이다.

또 한 경우는 보다 심한 경우로, 80세의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여 계신다. 그녀는 아침 식사 후, 밥 먹은 것을 잊어버리고 “간병인들이 밥을 주지 않는다. 배고파 죽겠다”고 호소한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도 며느리가 밥을 주지 않는다고 아들에게 일러바치고, 며느리 에게 밥 주라고 보채기도 하였다.

기억력은 치매에서 가장 먼저 흔하게 장애가 나타나는 인지 영역이다. 초기에는 최근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는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되기 때문에 기억력 장애는 대게 최근 기억부터 소멸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최근에 어떤 일을 해 놓고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과 한 약속을 잊어버려 다른 사람을 계속 기다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다른 사람과 나누었던 이야기 혹은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내용을 잊어버리고 스스로 꾸며서,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중에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를 잊어버린 경우도 있다. 어떤 일을 해 놓고 잊어 버려 다시 반복하기도 한다. 또한 물건을 놔 둔 곳을 잊어버리거나, 가스 불 끄는 것을 잊어버리든지, 혹은 좌변기의 물을 내리는 것을 잊기도 한다. 식사 했는지와 식사 시 반찬을 물으면 기억을 하지 못하고 어물거린다. 치매의 초기 기억력 장애는 건강한 노인에서 보이는 건망증과 유사하여, 건망증과 감별이 쉽지 않다. 병이 진행 하면, 최근에 만났던 사람의 얼굴을 기억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에 그 사람을 만나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고, 처음 만난 사람처럼 대한다. 오랜만에 만난 훌쩍 커버린 손자들을, 과거의 얼굴모습만 기억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처럼 대한다. 그러나 치매초기에는 과거의 기억은 비교적 잘 유지 된다. 그래서 최근에 사귄 친구의 이름은 잊어 버려도, 초등학교의 동창 이름이든지, 혹은 어린 시절의 친구와의 기억은 가능하다. 그러나 병이 진행 되면서 오래된 기억들도 점차 잊어버리게 된다. 결국 환자는 자신의 출생지, 출신 학교, 생일, 가족이름, 직업, 나중에는 이름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심하면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든지, 배우자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또 하나의 치매의 증상은 지남력 장애이다. 자기가 서 있는 시간, 공간 그리고 자기가 상대 하고 있는 사람과 자신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인지하는 능력을 지남력이라고 하며, 그래서 시간이나 장소 방향에 대한 감각,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말한다.

남편과 함께 논에서 일을 하고 먼저 집에 돌아 가다가, 집과 반대편으로 가서 길을 잃고 헤마다 몸에 상처를 입은 70대 후반의 여자 환자 분이 있다. 그분은 변소를 못 찾고 아무데나 대소변을 봐버리고, 방에 들어 오더라도 자기의 잠자리도 찾지 못한다. 계절도 모르고, 입원한 병원도 알지 못하고, 매일 만나는 간호사나 의사도 못 알아보고, “누구시드라” 하는 소리를 한다. 치매가 진행하면, 지남력 장애가 오기 시작한다. 날짜 개념이 흐려지고, 현재의 날짜와 계절을 알지 못하고, 오래전 일을 어제 일처럼 말하거나, 과거에 있었던 일과 최근에 일어난 일을 섞어서 말하기도 한다. 방향 감각의 장애로 말미암아 자신이 있는 장소를 다른 곳으로 착각하기도 하며, 화장실을 갔다가 자기 방을 찾아오지 못하거나, 외출하였다가 자기 집으로 오는 길을 찾지 못해 길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기억은 인간이 살아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이다. 사람의 기억은 정보를 받아들여, 하나의 정신적 인상으로 등록하여, 뇌에 저장하였다가 나중에 필요시에 회상하게 되는 과정을 거쳐서 기능을 한다. 기억들은 내측 측두엽, 선 조체, 편 도체, 소뇌, 신 피질을 포함한 뇌의 구조에 의해 지배된다.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경험들은 의식의 기억 속에서 무의식으로 밀어내버려, 잊어버림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는 심리적 방어가 있다. 그러나 치매처럼, 유용한 기억마저 영구히 잊어버리는 것은 크나큰 장애이며 슬픈 일이다.

다가오는 노화와 치매를, 특히 기억력 감퇴를 철저히 예방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즐거운 노년의 뇌, 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친구나 가족들과 친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며, 종교활동이나 친목모임 등을 통한 사회활동을 계속하며, 재미있는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중국의 전 주석이었던 덩샤오핑가 정신을 맑게 하기위해 가족들과 트럼프 게임을 한 것처럼 머리를 많이 쓰고 적극적으로 사는 것은 기억력유지에 도움이 된다.

치매 전문가들은 독서가 기억력 유지에 좋다고 말한다. 하루 1시간이상 독서와 신문 읽기는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며 또한 음식을 많이 씹는 것과 많이 걷는 것을 권한다.

기억과 관계있는 학습은 단번에 이루어 지지 않는다. 학습은 반복하는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기억력장애를 막기 위해 꾸준한 노력이 상책이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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