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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지진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이형영 | 2010.02.15 20:15 | 조회 6007


아이티 지진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한해 첫 달에 큰 재앙이 일어났다.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는 중미의 카리브 해 연안, 가난한 아이티에서 현지시각으로 2010년 1월 12일 16시 53분 9초에 ‘새로운 종류의 지옥’이라 불리는 지진이 갑자기 발생하였다.

지진이란 지구적인 힘에 의하여 땅속의 거대한 암반이 갑자기 갈라지면서 그 충격으로 땅이 흔들리는 것이다. 아이티의 지진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남서쪽으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의 지표면으로부터 13킬로미터 깊이에서 발생하였다. 강도 7.0의 지진의 위력은 가공스러웠다. 순식간에 도시 전체가 초토화 되어, 거대한 재앙의 도시로 변하였다. 대통령 궁과 국회 의사당을 포함한 수도의 주요 건물이 붕괴, 손상되었고, 감옥, 공황과 병원 등이 폐쇄되었다. 건물의 10개중 9개가 무너졌고, 거리는 폐허로 변하였으며, 여기저기에서는 썩어가는 주검들, 손이 부족하여 매장할 수 없어 길거리에서 시신을 태우는 일들, 치료받지 못하여 ******가는 부상자들, 살아 있는 자들은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아 방황하든지, 위험을 무릅쓰고, 쓸 만한 물건을 찾아 뒤지는 모습들, 구호품 차지에 다툼과 울부짖는 사람들의 지진초기의 모습들이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었다. 이를 보고 있던 모든 세계인들은 두려웠고 몹시 슬펐다.

국제 적십자 위원회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인구가 아이티 전체 인구 900만 명중 1/3인 300만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 하였고, 아이티 정부는 사망자가 20만부터 35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많은 나라의 도움으로 복구가 시작 된지 한 달이 되었다. 차차 질서와 복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지진은 ‘순간의 멸망’이 언제나 인류를 찾아 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최첨단의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현대인들에게도 자연의 힘은 압도적이었고 무서웠다. 그 지진은 사람들을 죽게 하였고, 큰 신체적인 상처와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 무력하며 초라하였다.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측정 할 수 없는 피해이다. 이는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들, 구조대원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이를 바라본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주며, 지금은 멀쩡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후유증이 심각 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 전문가들은 아이티 지진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 된 후에도 생존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에 시달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 인터넷 판 은 1월 17일 “이라크나 아프칸 참전군인 뿐 아니라 9.11 테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민들이 익숙하게 된 우울증, 공포감, 무기력감, 수면 장애, 약물 중독 등의 증상을 아이티의 생존자들이 겪게 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조앤 쿡 교수(예일 대)는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의 심리 충격의 발생률이 과거 빈곤국들의 자연 재해당시와 비슷하다며 최소 50%이상의 주민들이 조만간 의학적으로 심각한 정신장애를 호소 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40대 후반 ‘김’여인은 3개월 전에 자동차 사고로 남편과 두 자녀를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 겁에 질린 창백한 모습이었고, 사고 당시의 상황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꿈이 많고, 꿈속에서 피 흘리고 있는 자녀들이 나타나서 무서웠다. 어떨 때는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기도 했다. ‘김’여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날로 흉악하여 지며 상상할 수 없는 예기치 못할 무서운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주변에는 심한 스트레스로 생긴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누구나 사고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생명의 위협을 주는 지진, 화재, 홍수 등의 재난이나, 폭력, 강간, 및 자동차 사고, 화재 등 심한사고 그리고 전쟁 등 심한 감정적 스트레스를 경험 했을 때 나타나는 정신장애이다. 무서운 사건이 그 원인이지만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예민하고, 쉽게 불안해지거나, 적응력이 떨어지는 사람에 스트레스가 생기면 이 장애가 나타나기 쉽고 만성화 되는 경향이 높다.

주된 임상양상은 위협적이었던 사고에 대한 회상이나 악몽에 시달리는 등 외상경험을 재경험하고 그러한 외상을 상기 시키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회피 하려 하거나, 그러한 아픈 경험에 대한 반응을 마비시키려하며, 혹은 지속적으로 과민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런 증상과 더불어 우울, 불안, 일상생활에 대한 집중곤란, 흥미상실, 대인관계에서 무관심하고, 멍청한 상태를 보이면서 짜증, 놀람, 수면장애등을 보인다. 또한 살아남은데 대한 죄책감, 배척감, 수치감등을 갖기도 한다. 사건과 비슷한 상황에 증상이 악화하며, 지나친 흥분이나, 폭발적이거나 갑작스러운 충동적 행동을 보일 때도 있고, 약물 남용, 알코올 남용이 병발하기도 한다.

증상은 사건 발생 얼마 후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기간은 1주부터 30년이다. 증상은 시간에 따라 유동적이나 스트레스가 있을 때 악화 된다. 이 장애는 30%가 회복되고, 40%는 경한 증상을, 20%가 중등도 증상을, 10%가 변하지 않거나 악화된다.

아이티는 흑인 노예들의 자손 국가이다. 그 나라의 역사를 보면 강대국들의 처절한 피해자들이다. 이러한 역사의 상처로 지금의 가난과 무질서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지 모른다. 그를 괴롭히던 가해자들은 잘살고 있다. 좀 더 잘사는 나라들이 피해국인 아이티의 재건을 도와야 한다. 그리고 지진의 상처를 치료 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여러 나라의 도움을 받아 해방과 전쟁 그리고 가난에서 벗어났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다. 우리도 보답하여야한다. 아이티 재건과 아이티 국민들의 정신장애를 치료하도록 도와야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환자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예민해져 있으므로 정신적 위기상황을 이겨 내도록 도와 주어야한다. 놀라움으로 넋을 잃은 그 민족에 따뜻한 마음을 주어야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러한 임상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알려 줌으로 안심시켜야 한다. 환자는 자신의 고통을 전문가 혹은 가까운 분들과 이 아픈 경험을 열어, 충분이 이야기함으로써 덜어야 한다. 심하면 약물요법 그리고 인지행동요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 이웃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환자를 살펴, 도와주는 공감의 마음을 갖도록 하자.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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