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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서 정신건강을 지키자

이형영 | 2010.08.11 17:57 | 조회 5830



폭염에서 정신건강을 지키자.

 

요즈음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올해의 여름은 장마기간에도 가끔 나타나던 무더위가 장마가 끝나자, 연일 동서를 넘나들면서 나라 전체가 30도가 훨씬 넘는 무더위로 몰고 있다. 특별히 강릉, 대구와 밀양지역은 38도에 가까운 온도를 자주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올해 여름 더위는 ‘연일 찜통더위, 불볕더위, 가마솥더위, 계속되는 열대야’라는 말이 잘 들어맞는 듯하다. 몹시 심한 더위라는 말뜻 그대로인 폭염상태이다.

기상청에서 내 놓는 폭염특보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폭염 주의보와 폭염 경보로 나누어 발령한다. 폭염 주의보는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이고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수치로 나타 낸 열지수가 최고 32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일 때이고, 폭염 경보는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이고 열지수가 최고 41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이어질 것이 예상 될 때 발표된다. 폭염특보가 발표 되면 사람들은 야외 활동을 자제하여야하고, 냉방 기구를 적당히 사용하며, 외출 시는 물을 자주 마시고 가벼운 옷차림에 창이 넓은 모자를 쓰도록 권장한다.

얼마 전 미국 국립 해양대기 청(NOOA)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 6월의 지구 표면의 평균 16.2도 이었다. 이는 관측 자료가 남아 있는 1880년 이래 6월의 온도로는 가장 높았고, 20세기 연중 동기간 평균보다 0.68도, 이전 최고 기록 (2005)보다 0.02도 높았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으며 올해는 특이하게 지구의 북반부가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다.

살인적인 폭염으로 피해도 커지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1994년 7월 우리나라에서 180명, 2003년 유럽에서 3만 5000명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올해에도 여러나라에서 폭염으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에 밭에서 일하시던 노인이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이달 들어 4사람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에서는 더위를 피해 호수나, 연못에 뛰어 들었다가 하루에 71명이 죽었다고 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더위로 9명이 숨지고, 430명이 긴급후송 되었다고 한다. 국립 기상 연구소가 1991년부터 2005년까지 날씨와 사망자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사망자가 늘어나고, 1도씩 더워질수록 인구 1000명당 사망률이 4.7명씩 증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에 가장 취약한 그룹은 노인 계층과 심혈관계 질환자들이다. 한 연구보고를 보면, 1994년 폭염기간동안 서울지역의 사망자는 1993년에 비해 15-65세의 인구 집단에서는 18.1%, 65세 이상에서는 75.3%가 증가 했다. 사망자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년 대비 44.6%, 뇌졸중등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48.1%,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32% 증가하였다.

우리나라 노인의 90%이상이 하나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고, 그중의 55%가 3개 이상의 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노인의 질환은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당뇨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노인들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여름철을 보내는데 특히 조심 하여야 한다. 가급적 야외 활동을 피하고, 실내외의 온도차가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 관리를 위해 물을 충분히 마시고,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고온 다습한 날이 길어지면, 전염성 질환과 식중독이 기승을 부린다.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은 ‘기온이 1도 오르면 전염병은 4% 증가’한다는 보고를 하였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고, 김밥 등 부패 가능한 음식을 냉동 보관 하되 오랜 시간은 보관하지 말며, 주방기구를 깨끗이 하며, 동시에 자주 손을 씻고, 물을 반드시 끊여 먹어야한다.

폭염과 열대야는 정신 건강도 해롭게 한다. 폭염의 여름철은 불면을 야기한다. 불면증은 성인 10%~50%가 겪고 있고, 전 인구의 10%가 만성 불면증 환자라고 한다. 폭염과 높은 습도로 잠자리가 불편하면 상쾌한 잠을 잘 수 없다. 건강한 하루와 기분 좋은 하루를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이 꼭 필요하다. 열대야에는 잠이 들기가 어렵든지,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이유는 체온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면을 취하기 좋은 온도는 25도 정도이다. 사람의 체온은 하루 동안 조금씩 변한다. 사람이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체온은 최하가 된다. 만약 주위 환경온도가 28도 이상이 되면, 내장의 열을 밖으로 발산하기가 어렵다. 또 열대야로 습도가 높으면 땀이 기화하기 어려워 잠들지 못하고 체온을 내리는 기능이 작동되지 못해 숙면을 취할 수 없다. 폭염에 의한 불면증이 오래 가면, 신경질적이 되고, 예민해지며, 정신집중이 안 되고, 머리가 멍해지면서 맑지 않다는 호소를 한다. 또한 밤에 불면에 대한 불안이 높아진다. 또 하나는 견디기 힘든 여름철 무더위는 사람들을 슬럼프에 빠지게 한다. 사람들을 기운도 없고 식욕도 없고, 의욕도 없고, 멍청하게 만든다. 특히 이런 증상은 후덥지근한 날씨에 자신의 체력이나 실력을 무시한 채 몰아치기로 공부하는 수험생들, 쉬지 않고 일에 빠져있어도 일의 끝이 보이지 않는 직장인들, 그리고 쉴 틈도 없이 가족들의 뒷바라지에 힘쓰는 가정주부들에서 흔히 폭염 가운데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또한 잠을 줄여 공부하는 수험생에서 잘 나타난다. 무더위 같은 과중한 신체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면, 정신력이 약화되고, 저항력이 약해져 정신건강이 나빠진다. 이러한 증상이 만약 2주일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이나 강박장애 같은 정신질환이 될 수도 있으니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고와 낙관적 사고를 갖도록 노력하여야한다. 불안한 사람들이 자주 짜증을 부린다. 세상에는 똑같은 일에 대해서도 희망과 낙관적인 태도를 보인 사람도 있고, 혹은 절망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가능하면, 모든 일에 여유 있게 긍정적 사고를 갖도록 힘써야한다.

여름의 무더위는 벼 등 각종 곡식과 여름 과일농사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이처럼 무더위는 사람의 육체와 마음에도 필요한 것일 수 있다. 무덥다고 짜증을 내지 말고 오히려 무더위에 감사하여야 한다. 조금 있으면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올 것이다. 더위를 이기며,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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