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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은 병이 아니다

이형영 | 2007.10.19 17:30 | 조회 4398

건망증은 병이 아니다

 

사람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뇌를 포함한 여러 신체기능의 약화로 주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 둔하여 진다. 이로 인해 사회적응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러한 기능약화와 함께 좋지 않은 환경 여건이 구비되면 정신질환이 생기게 된다.

노인들의 심리상태는 옹고집과 의존성 그리고 조심성이 강하여지고, 가능한 위험부담을 피하고, 일의 결정이 느리고, 창조성과 희망이 감소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노인들은 외부 일에 관심보다는 내적 생활에 점점 몰두하게 된다.

노년기는 자기사랑과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강해서 제 2의 유년기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노인이 되면 "옛날 좋았던 일 혹은 궂었던 일"의 생각에 몰두하게 된다. 그래서 청년은 미래에, 장년은 현재에, 그리고 노인은 과거에 산다는 말이 나오게 된 듯하다. 또한, 노인들은 지능감퇴, 기억력감퇴 특히 최근의 기억력 감소, 정보처리의 둔화 그리고 사고의 경직성이 심하여진다. 만약 이 인지장애가 심하여져, 망령부리는 일이 잦게 되면 이를 "노망'혹은 "노인성치매"라고 부른다.

노인성 치매에서는 다양한 인지기능의 장애와 정신-행동증상을 보일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두드러진 초기 증상은 기억력감퇴이다.

60대 초반의 가정주부 "김"씨는 지치고, 피로한 기색과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외래 진찰실을 방문하였다. "김"씨는 몇 개월 전에 가정문제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후, 기억력이 크게 떨어졌고, 정신이 깜박 깜박 할 때가 많아졌다고 호소를 하였다. 요사이 수두꼭지를 잠그지 않아 물을 흐르도록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아졌고, 심하게는 가스렌즈에 불을 켜놓고 시장에 가는 경우도 있고, 대문을 잠그는 것을 챙기지 않는 경우도 있어, 마치 바보가 된 듯하다는 호소를 하였다. 가족들은 “김”씨가 같을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기도 하고, 잔소리가 많아졌고, 가끔 아들이름과 손자이름을 까먹는 경우도 있고, 또한 순간적으로 자기 집 전화번호를 까먹는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이름과 번호를 기억해낸다고 하였다. 그는 작년까지는, 교회에서 여전도회의 성경암송 대회에서 우승을 휩쓰는 사람이었다. 평소에 기억력에서는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면서 살았다.

"김"씨와 가족들은 이러한 기억력 저하가 치매가 아닌가? 혹은 바보가 된 것은 아닌가? 하여 걱정이 대단하였다. "김"씨는 분명히 기억력 감퇴 증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기억력 감퇴현상을 모두 치매증상이라고 단정하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유는, 노인성 치매의 기억장애와 비슷한 기억감퇴를 보이는 건망증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시적이고 단순한 기억력저하를, 잘못된 의학 지식을 가지고 치매로 단정하여 불안해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단순한 건망증에 해당된다. 특히 신경증환자들 중에서 기억력 저하와 치매 염려를 보인 환자가 많다. 우리들은 올바른 의학지식으로 건망증을 치매로 오인하는 잘못과 고통에서 벗어나야겠다.

기억이란 우리인간의 정신 활동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이다. 기억과정은 어떤 개체가 정신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여서 뇌 속에 기록하고 필요한 기간 동안 저장하였다가 이를 다시 끄집어내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건망증이란 이런 기억과정에서 어떤 정보를 다시 끄집어내서 잘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건망증의 원인 중에는 정신기능의 평행을 위해 작용하는 심리적 망각 기전도 있다.

사람들의 망각은 귀한 약이다. 만일 사람이 과거를 잊을 수 없어, 그 많은 기억들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인간의 기억 창고는 폭발할 것이다. 다행히 망각의 도움으로 우리들은 적당히 잊어버리고 가볍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망증은 꼼꼼하고 바쁜 생활을 하는 사람에서 많고, 완벽하거나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서 많다. 이런 성격의 사람들은 사소한 것까지 챙겨야 하므로, 기억해야할 일들이 너무도 많아 결국은 주의 집중력이 저하되어 어떤 일이나, 사건에 대해서 쉽게 잊어버리게 된다. 또한 심리적으로 갈등이 많은 사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건망증의 소질이 있는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은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특성과 너무나도 비슷하다. 이는 앞으로 현대사회가 더 복잡하여지고 경쟁이 심하여 지면, 또한, 건망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임이 분명하다. 미래사회가 혹시 건망증의 홍수로 고통 받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보스러운 염려를 하는 이도 있다.

노인에서 건망증과 치매는 초기에는 임상 양상이 비슷하다. 그러나 치매의 기억력 장애와 건망증의 근본적 차이는 전자는 병이고 후자는 정상노화과정이라는 것이다. 치매는 뇌세포에 고장이 생긴 분명한 질병이고, 건망증은 심리적 혹은 환경적 요인 등으로 생기는 정상적 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건망증을 갖는 사람은 자신의 기억 상실을 잘 알지만, 치매환자는 자신의 기억력이 상실되었음을 알지 못한다. 치매와 건망증은 초기에는 구별하기가 대단히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진행된 치매에서는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평가로 구별할 수 있다.

그러면 건망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먼저 욕심과 스트레스를 줄여서, 가능하면 생활에서 만족과 안정감을 가질 것을 권장한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고, 균형 있는 식사와 운동을 하며, 뇌 기능을 위해 술과 담배를 피하는 것이 좋은 방법임을 충고한다.

 

성경은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움은 백발 이니라 ." (잠 20:29)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 (고후4:16)고 하였다.

나이가 많아져 건망증이 더 늘어날지라도 노인들의 건망증은 병이 아니며. 정상적인 노화임을 알아야 한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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