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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고향 가는 것

이형영 | 2008.09.09 17:38 | 조회 5741

추석에 고향 가는 것

 

음력 8월 15일 추석은 무르익은 햇곡식의 가을걷이를 앞두고 풍년을 즐기는 행사를 하는 우리나라의 최대명절로, 다른 명절에 비하여 풍성하고 추수감사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 라”라는 말도 생겨난 듯하다.

추석은 "가배일(嘉俳日)" "중추절(仲秋節)" 또는 우리의 말로는 "가윗날" "한가위"라고 불려 져 왔다. 추석은 삼국시대부터 크게 쇠었다고 전하여지고 있다. 한가위라는 말은 신라 유리왕 때 두 왕녀가 성안의 부녀자들을 따로 거느리고 칠월 보름부터 길 삼내기를 해서 진 쪽이 한턱을 내었는데 그것을 ‘가위’라 부른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추석에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한 해 동안 무사태평하고 풍년이 되게끔 도와준 조상의 은덕에 감사를 드린다. 또한 추석에는 송편을 만들어 먹는다. 이는 가을걷이에 앞서 햇곡식을 조상에게 “맛 보인다” 는 조상 숭배사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인절미, 밤단자 등을 만들어 먹는 풍습도 있었다. 추석에는 놀이를 즐겼는데, 이 놀이에는 그네뛰기, 씨름 그리고 활쏘기 등이 있었다.

삼국사기에는 곳에 따라서는 여성들이 즐기는 특별한 놀이로 노래와 춤 등 여러 가지 유희가 있는 길쌈놀이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한 가위 때 벌이는 놀이는 지역에 따라 다양하고 종류도 많다. 중부지방에서는 거북놀이와 소 놀이, 전라도 지방에서는 강강술래 등이 있고, 전국적으로는 씨름, 줄다리기, 활쏘기 등이 열렸다.(민속놀이와 명절 참조)

근래에는 원래의 모습에서 변형된 놀이들이 벌어진다. 동네마다 추석맞이 주민 위안의 밤, 동네 대항 축구시합, 농악대 한마당의 형태로 친목과 화합하는 놀이를 한다.

중국 사람들은 한가위를 중추절(仲秋節)이라 하여 지내고, 그때는 달떡을 먹고 달구경하는 정도로 지킨다. 중국 사람들은 한가위를 우리나라의 비해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동양에서도 국가마다 추석의 의미가 조금씩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몇 일후 면, 즐거운 추석이다. 많은 사람들은 벌써부터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과 친척들을 맞나 서, 그들의 따뜻한 인정에 안기고 싶은 설래 임으로 들떠있다. 벌써 그들의 마음은 고향에 가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음력 8월이면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절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올해는 철이 일러서 나락이 풍성하지 않은 듯하고, 추석연휴가 짧고, 경기가 좋지 않아 귀성객이 줄어지고, 또한 부모님들이 자녀의 집을 찾아 가는 역귀성이 많아 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올 추석도 예년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길마다 않고 귀성길에 나설 것이다. 우리의 자랑인 “민족의 대이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고향은 무엇인가 ” “왜, 추석 명절에 모두가 서둘러 고생하며 고향을 찾아가는 가”를 한번 생각하며 추석을 맞는 것도 좋겠다. 우리들은 추석에 조상을 숭배하고 동시에 열심히 일 하여 얻어진 산물을 기쁨으로 즐기며 감사하려고 고향을 찾아간다. 또 하나는 우리들의 어린 시절에 안정과 즐거움의 원천이었던 어머니 품을 찾아가는 내적 마음의 현상일 수 있다. 이는 심리적으로 퇴행하여 어머니와 재결합하는 현상이다. 마치 굶주린 어린아이가 엄마의 젖을 찾는 것처럼, 어머니와 다시 결합하고 싶은 무의식의 강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고생길도 마다 않고 기를 쓰고 고향을 찾게 되는지 모른다.

우리에게 고향은 어머니의 정신적 상징이며, 그의 아름다운 채취와 경험이 함께 하는 곳이다. 또한 모두의 어린 시절이 있는 곳이며, 우리가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이다. 인간은 출생부터 상당기간 계속되는 유아의 어머니에 대한 의존관계는 인격형성과 인간관계의 기틀을 제공하여 준다. 인간처럼 심리적으로 의존기간이 장기간인 경우도 없을 것이다. 의존기간이 길기 때문에 그로 인한 상처도 많이 생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스트레스와 좌절을 경험한다. 이것들이 너무 심하든지, 오래가면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자동적으로 작동이 된다. 그 중에 현재보다 유치한 과거수준으로 후퇴하는 심리기제가 있다. 이러한 심리기제를 퇴행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병을 일으키지 않는 양성의 퇴행현상은 흔하다.

우리의 힘든 삶 가운데서 사랑과 이해 그리고 따뜻함을 주는 어린 시절의 어머니 품과 비슷한 환경을 만나서 상처의 치유와 위로를 받는 경우도 많다. 추석에 따뜻한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나는 어린 시절의 내 고향에 왔다. 이곳에서 나는 정말로 자유롭고 평화스럽다. 아무도 날 건드리는 이 없고, 불편한 곳이 없는 곳, 포근한 곳에서 잠시나마 부모 형제의 보살핌을 받고, 편안함 갖는다. 내년에도 다시 어머니 뵈러 꼭 올 거야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엄마 품에 안길 거야"의 마음일 것이다. 우리의 고향은 포근함과 설래임을 주는 곳이다.

우리나라에는 유유한 과거를 통하여 내려온 미풍양속이 많이 있다. 그 중에는 추석 같은 명절에 흩어져 살던 자녀들이 고향과 옛집을 찾아, 가족들이 다시 만나는 관습과 집안의 어른을 뵙고, 서거한 선조를 추모하는 인정 어린 미풍이 있다. 이러한 미풍양속뿐 아니라 개인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심리적으로 부모님과 재결합하는 즐거움을 갖는 것도 귀하고 의미가 큰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극심한 지체와 정체의 교통난을 겪더라도 이어가야 할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추석명절이 육체의 향락만을 위한 시간으로 허비하지는 말고 정신적 풍요를 얻는 시간으로 만들자.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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